▲ 안기호 대전경실련 공동대표 |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10년 전에 겪은 IMF보다 고통이 훨씬 더 심하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라 그렇지 당시에 우리가 겪었던 고통은 사실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고통 분담이란 명분 아래 공무원의 정년이 단축되고, 기업체마다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가하면, 고통을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줄을 이었습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줄기차게 달려왔던 온 국민의 꿈과 희망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허탈감에 모두가 땅을 쳤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의 저력은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휘했습니다.
온 국민이 숨겨 두었던 금붙이를 들고 나와 나라의 빚을 갚기에 힘을 보태는 사상유례없는 미담을 창조하면서 우리는 위기를 훌륭히 이겨냈습니다. 대한민국이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 것이 우연히 아니라는 것을 전 세계에 실증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세계는 우리 국민의 저력에 경탄을 금치 못했고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재기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그 의지와 용기는 어디로 가고 ‘죽겠다’는 푸념만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를 되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것 갖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위하여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흔히들 말하기를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겐 당연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 당당히 위기와 맡서 싸우는 일 밖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릴 것이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의 각오로 위기와 맞서 싸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싸움은 과거처럼 우리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벌이는 싸움이기에 멀지 않아 이겨내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인간에게 고난 극복의 의지와 용기가 없었더라면 에베레스트의 정상은 아직도 처녀봉으로 남아 있을 것이며, 지난 1950~60년대에 우리 국민이 겪었던 보릿고개의 굶주림은 지금도 대물림되고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극복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난공불락의 마지노선으로 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필자는 그때의 피난생활 중 추위와 배고픔,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에 떨었던 일을 기억하며 매일 아침 감사한 마음으로 눈을 뜨곤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년 유월절이 되면 3500년 전 유태민족이 겪었던 설움과 고통을 되새기면서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축제로 이어간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절망의 수렁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찬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 앞에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이 경제적 위기 상황을 맞아 ‘죽겠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앤드류 매튜스의 말에 잠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두려움에 맞서기로 결심한 순간 두려움은 증발한다.’ 그렇습니다! 두려움은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합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게 맞서 싸우는 사람에게 두려움은 아무런 존재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에 맞서 싸우면 위기는 극복될 수 있지만 위기에 지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두려움이나 위기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바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성경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365번 나온다고 합니다.
1년 내내 두려워하지 말고 살라는 뜻인 것 같아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싸워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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