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어려운데 반값 '중고' 거들떠보자

경제도 어려운데 반값 '중고' 거들떠보자

좋은 상품 새 제품보다 40~60% 저렴

  • 승인 2008-11-23 00:00
  • 신문게재 2008-11-24 1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런 시기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추운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기기나 용품까지 아낄 순 없다. 꼭 필요한 물건이고 반드시 사야 한다면 비용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이곳을 찾아야 한다.

중고 재활용센터. 조금만 눈여겨보면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무용 책상은 물론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책장과 업소용 싱크대, TV 가전기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이곳 중고시장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새 제품의 40% 저렴한 가스난로, 50% 저렴한 중고의자, 70% 저렴한 캐비닛이라면 지갑 여는데도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다행히 최근에는 중고물품 상인들이 가진 중고물품을 현금화하려고 아주 싸게 팔고 있다. 대전 중고용품 전문점이 곳곳에 있다. 가전, 가구, 주방용품까지 중고시장을 두루 둘러봤다.

▲중고사무가구

중구 오류동에 있는 중고 사무용 가구 전문점 ‘퍼니스’. 사무용 가구만 전문적으로 사고파는 이곳 100㎡ 창고에는 의자, 책상, 책장, 캐비닛 등 사무용 기기가 가득 들어차 있다. 주인에게 필요한 사무가구와 용도 등을 설명하면 이곳저곳에 쌓여 있는 상품들을 추천해준다. 중고물품이라고 보이지 않는 상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가격대는 새 제품의 40~60% 가격을 유지한다. 무겁고 큰 사무가구일수록 사람 손이 많이 들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고 쉽게 옮길 수 있는 책상, 의자, 책장 등은 6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가격은 너비 160㎝ 사무용 책상 6만 원, 서랍장 3만 원, 의자 1만 원대 수준이다. 제품에 하자는 없으며 사무실에서 옮기며 생긴 긁힌 자국 정도가 전부였다.

중구 선화동에서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김병식 씨는 사무실을 확장하려고 사무용 책상 2개와 서랍을 이곳에서 14만 원에 구입했다. 김씨는 “이곳 중고 물품이 새 제품의 절반 이상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퍼니스 대표 이강준(58) 씨는 “쓰던 물건이라 흔적은 조금 남아있지만 사용하는 데는 전혀 지장 없는 물건만 팔고 있다”며 “창업비용을 줄이려는 분들이 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주방기기

중구 대흥동 대전예식원 앞 골목에는 싱크대 등 주방집기만 전문적으로 사고파는 상가가 10여 개 모여 있다. 새 제품도 취급하지만 전시된 상품들 대부분이 중고 주방집기류들로 중고상품이 전문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싱크대는 물론이고 원목 탁자, 자외선 소독기, 업소용 냉장고 등 식당에서 사용하는 기구들이 모두 모여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모두 폐업이나 업종을 변경하는 식당에서 묶음으로 사들인 경우로 청소와 정비 등의 과정을 거친 물건이다.

가격대는 3단 컵 자외선 소독기 7만 5000원, 로스터 달린 식탁 2만 5000원, 업소용 냉장고(110ℓ) 40~50만 원, 정육점용 육절기 60~80만 원 선이다. 또 새 제품이 30만 원대인 12구 가스레인지는 이곳에서 10만 원이면 살 수 있다. 물품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또 영수증을 정확히 발급해 고장 등의 문제에 서비스도 제공하고 원하면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도 있다.

대전종합주방 대표 김도일(42) 씨는 “최근 개업하는 식당이 없어 물건만 쌓여 있지 현금화를 못하고 있다”라며 “헐값에라도 팔아 일단 현금을 쥐어보자는 경향으로 중고 물품의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고가전기기

중고 TV, 세탁기 등을 판매하는 중고가전매장은 대전 동구 정동 대한통운빌딩 골목에 모여 있다. 이곳은 중고가전기기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전시된 물품들이 점포마다 큰 차이를 두지 않고 대부분 비슷하다.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외에 최근에는 난방기기들도 전시품에 추가됐다. 가격대는 9.9㎏ 세탁기 10만 원, 가스 난로 8만 원, 기름 난로 14만 원, 32인치 평면TV 20만 원 등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 대부분이 사용한 지 3년 미만 제품으로 새 제품의 50%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상품이라도 최신 제품일수록 가격은 높은 편이어서 10㎏ 드럼 세탁기는 4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최근에는 집에서 쓰던 가전제품 중 좋은 물건을 이곳에서 낮은 제품과 맞교환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선물 받은 세탁기 새 제품을 이곳에서 중고 세탁기와 맞교환하고 차이가 나는 만큼 현금을 받아가는 것이다. 또 대학교가 방학이나 새 학기 시작할 때 반짝 성황을 보였지만 요즘에는 일반 주부들이 찾는 게 고작이다. 대영전자 대표 김대영(35) 씨는 “현금이 급하거나 집에 맞는 물건을 바꾸고 싶을 때 이곳에서 맞교환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중고물품 계약할 때는 영수증 꼭 챙기기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제품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구매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한다. 사무용 가구는 눈으로 꼼꼼히 살피고 책상다리에 흔들림은 없는지 의자가 기능을 하는지 살피면 된다. 가전기기는 눈으로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구매하기 전에 현장에서 직접 사용해봐야 한다.

중고시장 관계자는 “우리도 가정집에서 가전기기를 사들일 때 TV는 20분, 냉장고 1시간 정도는 직접 가동해본다”라고 말했다. 또 가전기기는 구매한 이후 발생한 문제에 수리를 받으려면 보증기간을 계약서에 기록해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하자에 판매처에서 어떤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지 확답을 받는 것도 놓쳐선 안 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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