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제주
▲ 김덕기 도청팀장 |
‘국민화합과 민족부흥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선 서강대학 명예총장 박홍 신부와 불교방송 재단 이사장인 영담스님, 전 성결대 총장인 김성영 박사,그리고 법무법인 아시아 대표변호사인 김학원 전 국회의원이 발제자로 나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크게 불거진 종교 편향을 둘러싼 종교계 견해와 공직자의 종교활동 자세 등이 거론됐다.
이날 행사가 주목받은 이유가 있다. 종교적 갈등으로 분열양상을 띤 국민통합에 언론인이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초청석에는 국회조찬기도회장인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종교정책 담당자 등 정관계 인사, 그리고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대순진리회 등 국내 각 종교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언론계에선 종교담당기자와 기자협회 소속 전국 언론사 대의원들이 발제내용을 청취하며 국민통합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다짐하는 자리가 됐다.
주최측의 노력에 힘입어 수십여명의 종교계 대표인사들은 서로 손을 잡고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언론인이 깔아놓은 멍석에 나와서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자존심이 상했을 수 도 있겠지만 참석한 종교인들은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원칙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본보 대의원 자격으로 참가한 필자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단계에서 갈등과 마찰은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과 조정과정을 통해 이를 치유하는 노력을 누군가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국론분열로 인한 국력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정부의 정책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요즘의 상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선 국가지도자부터 지역민에 약속한 공약(公約)의 신뢰를 무너뜨려 실망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 충청권 유권자에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후보지를 놓고 이렇다한 말이 없다. 근대건축물의 흔적이 남아 보존 가치가 있는 대전 선화동 충남도청사 건물을 근현대사박물관으로 꾸미겠다는 약속도 현대사박물관의 서울건립 확정발표로 공약(空約)이 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조그만 땅 덩어리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분열시킨 꼴이 됐다.이 정책을 놓고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대표해 이완구 충남지사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수차례 설전을 펼치며 서로의 입장을 알릴때도 ‘결정자’인 청와대는 관망자세만 취해 빈축을 샀다. 이 문제에 관해선 언론도 수도권과 지방간 입장차가 뚜렷해 ‘해결사’ 역할을 못하고 있다.
논란있는 정책을 도입할 때는 국가백년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고려해 판단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해가 복잡하게 얽힐수록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그 역할을 정부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나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초래한 지역간 갈등을 치유해줘야 함에도 이마저 신통치 않다. 반대하는 야당과 찬성하는 여당간 입장차만 극명할 뿐 시원한 해답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로 기업들이 수도권내 기업에 공장증설이나 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도 없다고 한다.그래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지방에 내려오려던 기업들은 망설이고 있다. 이쯤되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말이 나온다.
그래도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비수도권 주민들은 울분이 쌓여 ‘화병’이 생길 판이다. 이 문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와 주민들은 갈등의 골이 깊다. 정부정책으로 패가 갈리고 화병이 돋은 이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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