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간정사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말년인 76세 때인 1683년에 지은 별당으로 샘에서 나온 물이 대청 밑을 통해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된 독특한 구조로 우리나라 전통 자연조경의 백미로 불리는 곳이다.
남간정사로 들어가는 외삼문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기국정(杞菊亭)인데 이 정자는 우암 선생이 손님을 맞아 학문을 논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당초 소제동 주택 연못가에 세워져 있던 것을 소제동 방죽이 매몰됨으로써 지난 1927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수년전부터 처마 서까래가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한 기국정은 현재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 겨울철을 맞아 폭설이라도 내리면 무너질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건물 외벽이 떨어지고 황토벽이 흘러내리는 것은 물론 기왓장도 깨지고 문풍지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다 기단 붕괴로 노란 펜스까지 둘러쳐진 모습은 대전의 대표 문화재인 남간정사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은숙 대전시문
▲우암 선생이 손님과 학문을 논하기 위해 세운 기국정(杞菊亭)의 처마 서까래가 내려앉아 붕괴위기에 처했다.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져 보수가 시급하다. |
안여종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은 “내려앉고 있는 처마 서까래가 연못 쪽이다 보니 자연 지반이 약해 자칫 붕괴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에 아이들을 데리고 답사를 올 때면 처마 밑을 피해 반대쪽으로 빙 돌아다니게 한다”며 시급한 보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문화재과 담당자는 “기국정 처마 서까래가 기울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며 기단 붕괴로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일단 안전펜스를 설치해 놓은 상태”라며 “예산 부족으로 올해는 보수 계획이 없고 내년에 예산을 세워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연희기자 lyh305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