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증거 수집은 기본이고,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쉽게 나오지 않더라도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반인이 생각할 때 흔히 사이버수사대라 하면 “한가하게 책상에 앉아 마우스만 움직이면 된다”는 인식이 다분하다. 하지만 이들의 실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눈에 띄는 단속 성과를 올리는 충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찾아봤다.
19일 오후 9시30분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수사과 건물 3층).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수사대 요원 전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사대 요원 전원이라고 해봐야 9명뿐이다. 그나마 2명은 디지털증거분석실에서 일선서 지원에 전념하고 있다.
익명성, 전파성, 신속성, 시공의 초월성 등 사이버범죄 고유 특징에 비해서는 얼핏 봐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요즘엔 (사이버
그는 “사이버범죄수사대라 하면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편하게 수사 한다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물론, 첩보를 수집하거나 기본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이 되면 여느 강력사건이나 지능사건처럼 현장에서 결론을 봐야 하거든요. 즉, 잠복할 때도 많고, 검거 과정에서 격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자에게 수사대의 직무를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선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선 것처럼 긴장감이 묻어났다.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던 윤성묵 경사의 손길이 갑자기 바빠졌다. “됐습니다.” 뭐가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 경감은 “두 달 전부터 쫓아온 사건이 있는데 거의 다됐다”는 말만 건넸다. 특정 용의자의 주소지가 파악된 것이다. 윤 경사는 최근 소문으로 나돌던 스테로이드제의 유통 과정과 실체를 밝혀냈다.
특히 스테로이드제가 해외에서 비밀리에 반입돼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된다’는 확신 속에 치밀한 기획수사에 나섰다. 판돈 2조원 대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도박 조직 검거(8월), 공공기관 청부해킹 피의자 검거(3월), 인터넷 난자 매매 알선 유인한 피의자 검거(3월) 또한 그의 끈질긴 수사력의 개가인 셈이다. 그는 수사 성과를 높이는 비법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시간과 의지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특히, 사이버공간에서의 범죄는 증거를 확보하기 곤란한 부분이 많고, 비대면 상태에서 범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기록과의 싸움을 벌이다 보면 길이 보이더라구요….”
사이버수사대가 해결한 사건은 올 들어 18건. 피의자만 58명이다. 주당 근무시간은 90시간으로 한 달이면 360여 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김택준 수사과장은 “사이버수사대는 강력 사건 발생시에 용의자의 컴퓨터 분석, 범죄수법, 범행동기를 밝혀내거나 피해자의 컴퓨터를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해 내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조양수기자cooljy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