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줄을 서시오

[나는야 논술 짱]줄을 서시오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등논술

  • 승인 2008-11-19 00:00
  • 신문게재 2008-11-20 29면
[문제]
(가)와 (나)의 제시문을 읽고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바를 찾아내고 (다)를 참고하여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하시오.

※ 유의사항
① 제시문을 활용하여 제시할 것.
②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제시할 것.
③ 1600(±150)자 분량으로 할 것.
④ 시간은 120분임.


(가)
동물 세계의 출세는 오로지 번식 성공도로 가늠한다. 아무리 멋진 몸매를 가지고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하더라도 새끼를 낳지 못하면 결코 성공했다 할 수 없다. 자연계의 수컷들이 암컷들보다 한결같이 더 곱고 살가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동물 세계에서 수컷들이 허구한 날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모두 암컷을 취하기 위함이다. 많은 종의 동물에서는 수컷들 간의 경쟁에서 승자가 되어야만 암컷과 교미할 기회를 얻는다. 북방코끼리바다표범 수컷들의 싸움은 실로 처절하다. 날카로운 이빨에 무참하게 ?긴 얼굴에서 목으로 줄곧 굵은 핏줄기가 흐르건만 그들은 한참을 싸우고도 멈출 줄 모른다. 승자에게는 많으면 100마리도 넘는 암컷들을 거느릴 수 있는 부귀가 돌아오지만 패자는 변방에 내몰려 삶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컷들 간의 싸움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우선 몸의 크기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몸집이 큰 수컷이 작은 수컷을 능가한다. 어떤 동물들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사회적 지위도 높다. 물론 아주 늙으면 권좌에서 밀려나지만 그때까지는 나이가 들수록 점차 지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대개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몸집도 커지기 때문에 꼭 나이가 많아 지위가 높아졌다기보다는 그만큼 힘이 세졌기 때문에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커졌을지도 모른다.

인간과 유전자의 거의 99퍼센트를 공유하는 침팬지 사회에서는 힘과 나이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른바 ‘끈’도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침팬지의 행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 에모리 대학의 프란스 드발교수는 “침팬지 사회에서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까지 말한다. 침팬지 사회에 수컷으로 태어나 제아무리 잘났다 해도 혼자서 오랫동안 권좌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침팬지 수컷들은 서로 동맹을 맺어 함께 거사를 도모한다.

제인 구달 박사가 관찰한 아프리카의 야생 침팬지 사회에서도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출세운이 달라진다.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와 골리앗이라는 이름의 두 수컷은 워낙 당당한 수컷들이기도 했지만 둘 사이의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권력을 누린다. 그런가 하면 별로 힘도 없고 특별한 야망도 없어 보이는 수컷들끼리 친구가 되어 권력의 세계와는 거리를 두며 조용히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나)
공동체 의식으로 나타난 ‘우리가 남이가’는 몇 단계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으로 연결되는 한국 사회 고유의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의 중심이 혈연, 학연, 지연 즉 ‘연줄’이다. 혈연, 학연, 지연을 중시하는 전통은 인간 관계의 긴밀도를 높여 내 일과 남의 일을 굳이 가리지 않는 공동체 의식으로 나타난다.

지난 1983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이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중계되자 온 국민이 마치 제 일처럼 눈물을 흘렸던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혈연 지향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밀려오자 ‘우리가 남이가’라는 의식은 특별한 위력을 발휘했다. 국민들은 장롱 깊숙이 처박아뒀던 금붙이를 꺼내 성금으로 쏟아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온 국민이 빨간색 셔츠를 입고 ‘붉은 악마’로 변신했다. 먼 과거를 들출 것도 없이 지난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나자 가족끼리, 직장 동료와 함께 쏟아진 기름을 걸어내기 위해 100만명이 훨씬 넘는 국민들이 맨손으로 서해안에 몰려들었다.

“확대 가족주의 빠른 산업화에 도움” 전문가들은 혈연, 학연, 지연의 부정적 이미지가 이처럼 순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연’이 큰 가족주의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혈연, 학연, 지연은 일종의 확대 가족주의”라며 “한국 역사 속에서 혈연, 학연, 지연은 빠른 산업화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들 ‘연줄’은 한국전쟁 등으로 국가가 개인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던 시기에 세상의 거친 바람으로부터 개인을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정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연으로 얽힌 우리 사회는 인적 자원을 탐색하는 데 적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효율적인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장석범 · 김인원 기자 <긍정적 에너지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다)


[논제분석
· 출제의도 파악]

끈에 연연하는 우리 정서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정확히 짚어 보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으로 전 세계가 요동하고 있다. 오버마가 당선되고 우리나라도 그에 대비한 여러 가지 대책과 전략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를 접했다. 오버마와 끈이 닿는 한국 인사나 재미교포를 찾는 발빠른 움직임과 관련된 기사였다. 학연과 지연에 연연하는 우리의 정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와 관련해 오버마 정권에 대한 접근 전략을 비판하며 미국의 실용주의 노선에 적합한 외교 정책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혹자는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공직 사회의 비리를 학연과 지연에 연연하는 우리의 줄 서기 정서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정서가 부정적 모습만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지닌 전통적인 정서에 대해 법고창신(法古創新)하자는 마음으로 이 논제를 출제하였다.

(가)에서는 학연과 지연에 연연하는 우리의 정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생각해 볼 수 있고 (나)에서는 이런 정서가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학생답안>
대전괴정고 2학년 12반 강지원

TV를 보면
▲ 강지원 대전괴정고 2학년 12반
▲ 강지원 대전괴정고 2학년 12반
가수, 연예인, 코미디언, MC 등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TV속 어느 한 사람이 특정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이 여러 분야에서 얼굴을 보인다. 그로인해 TV를 보는 많은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갖고는 한다. 가끔 TV에서 못 보던 얼굴을 볼 때가 있다. 그들에 대한 신문기사나 인터넷 글들을 읽어보면 어떤 사람의 소개로 나오게 되었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

제시문(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한 길이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과 명예를 얻고 후세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동물 사회에서의 출세는 번식 성공도이고 그것을 위한 조건들을 분석하였다. 또한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 사회에서는 끈을 중요시하고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제시문(나)에서는 ‘우리가 남이가’에 대한 의미와 그것이 공동체 의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확대 가족주의의 장점과 함께 산업화에 도움을 준 방면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우리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서 알려주었다.

위 두 제시문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화는 바람직할까? 한국에서는 출세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이런 인식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독일은 어떤 분야에서든지 자신이 잘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그 안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스위스도 마찬가지이다. 그 예로 독일의 칼이나 스위스의 시계 등 거대한 벤처기업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경우가 있다. 이전에 ‘한국 학생들은 혼자 일을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외국에서 나온바 있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모두의 생각을 따지다 보니 가족주의가 자립심을 무너트려 버린 것이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통해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반도 안에서는 강해지고 한반도 밖에서는 움츠러드는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출세주의, 연고주의, 가족주의 방지를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인식전환이다. 아무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없는 것이라고 해도 그 일에서 일인자가 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사회는 발전할 것이다. 국가에서는 많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공부의 종류는 끝없이 많고 또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택하고 고등학교 이상이 되면 그것에 몰두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준비되어야한다. 연고주의나 가족주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개개인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안전하게 지내고자 하는 생각은 바꾸어야한다. 수학문제를 풀 때에도 답지에 의존해서 풀면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자립적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거기에 국가의 능력향상 프로그램 개발이 더해진다면 혼자서도 무슨 일이든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 길러질 것이다.

시대가 지날수록 사회는 빠르게 변화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옛 정을 찾으려하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에 빠져 살려고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들은 한국인답게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는 듯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독해져야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장인 정신과 스스로가 어려운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자립심만이 이제는 우리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총평] 박진호(대전괴정고)

▲ 박진호 대전괴정고 교사
▲ 박진호 대전괴정고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국회 세종의사당' 밑그림, 2026년 상반기 선보인다
  2. 이희학 목원대 총장,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동참
  3. 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개원' 전망은 흐림? 맑음?
  4. 대전 호남고속도로서 승합차·버스 등 4중 추돌…군인 18명 경상
  5. 세종시 '핵노잼 도시' NO...2024년 하반기 문화공연 풍성
  1. 대전광역치매센터, 치매환자 눈높이 맞춘 가상현실 체험전
  2. 남상호 대전대 총장 제11대 총장으로 재선임… 임기 2년 연장
  3. '제5회 계룡장학재단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 성료
  4. 대전교육청 고등부 학생선수단 전국체육대회 준비 완료… 메달 59개 목표
  5. 원도심 경제 살렸고, 도시브랜드 가치 높였다

헤드라인 뉴스


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개원` 전망은 흐림? 맑음?

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개원' 전망은 흐림? 맑음?

'국회 세종의사당의 개원 시기에 골든 타임은 있을까'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2022년 문재인 정부를 지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2027년으로 향하던 시계추가 점점 느리게 돌아가면서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동시 개원을 하겠다던 목표는 어느덧 2029년으로 밀려 나더니, 지난해에는 2031년, 올해는 2032년 전·후로 또 다시 연기되는 모습이다. 2032년 역사적 개원의 현실화 역시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23대 국회의원과 21대 대통령 임기가 마무리되고, 24대 국회의원과 22대 대통령 임기가 새로이 시작되는..

대전시, 정부공모서 `우주항공 후보특구`에 지정
대전시, 정부공모서 '우주항공 후보특구'에 지정

대전시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4년 규제자유특구 후보특구 공모에서 우주항공 후보특구로 지정됐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에는 81개의 우주기업이 밀집해 있고, 세계 최고 해상도 지구관측기술, 발사체 개발 기술 등 우주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위성영상은 상업적으로 거의 쓸 수 없고, 발사체 등 우주 부품은 제조 자체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전시는 특구 사업을 통해 위성영상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우주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충청권 건설 경기 살아나나…2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증가
충청권 건설 경기 살아나나…2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증가

충청권 건설공사 계약액이 최근 증가하면서 침체를 겪던 건설 경기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건설공사 계약액은 전년 동기보다 10.7% 증가한 60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충청권 지역의 건설공사 계약액 규모도 대체로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현장소재지별로 대전의 건설공사 계약액은 1조 4000억 원(2023년 2분기)에서 1년 사이 2조 1000억 원(2024년 2분기)으로 상승했고, 세종은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 충북은 1조 9000억 원에서 3조 3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하리보 리빙’ 팝업 스토어 개최 롯데백화점 대전점, ‘하리보 리빙’ 팝업 스토어 개최

  • 채수근 해병 전역날 묘역 찾은 해병대 예비역연대 채수근 해병 전역날 묘역 찾은 해병대 예비역연대

  • 대전 유일의 한옥마을 ‘유교전통의례관’ 내일 개관 대전 유일의 한옥마을 ‘유교전통의례관’ 내일 개관

  • 날씨 제한 안받는 스마트팜 관심 증가 날씨 제한 안받는 스마트팜 관심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