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모두가 예술가' 희망을 디자인하다

'시민 모두가 예술가' 희망을 디자인하다

<창조도시 대전의 공공건물 만들기>

  • 승인 2008-11-19 00:00
  • 신문게재 2008-11-20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빵도 원하지만 꽃도 원하다.”
미국 여성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사회복지사업의 창시자인 제인 애덤스(Jane Addams·1860~1935)가 100여년전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이처럼 표현했다. 그는 백인보다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이민자들의 구성 비율이 높은 ‘이민자의 도시’ 시카고의 슬럼가에 최초의 사회복지기관 헐 하우스(Hull House)를 1889년 설립했다.

당시 그는 헐 하우스에 빈민 이민자들을 위한 숙식제공과 재활 교육과정을 운영했으며 그 가운데 도자기, 미술, 연극, 글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 진행해 초기 커뮤니티 아트 개념을 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시카고에는 100여년전 제인 애덤스가 지향했던 커뮤니티 아트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행동하는 문화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시카고의 커뮤니티 아트가 지역 구성원과 어떻게 교감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커뮤니티 아트는 우리말로 공동체예술 혹은 ‘공동체의 이해’에서 출발한 예술로 해석되며 청소년교육문제, 여성차별문제, 인종차별문제, 노동자·실직자·은퇴자의 이해, 지역발전문제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 아트는 공동체의 이해를 중심으로 대중이 예술 창작활동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편집자 주>


▲공동체 구성원들을 예술의 주체로 이끌어 낸 ‘행동하는 문화(Culture in Action)’

“예술을 위한
▲ 1970년대 흑인 벽화운동이 활발했던 브론즈빌의 벽화 중 하나.
▲ 1970년대 흑인 벽화운동이 활발했던 브론즈빌의 벽화 중 하나.
장소를 찾아 현실세계로 나갔던 것은 획일적인 백색 입방체의 진공상태로 보여 왔던 것에 활기를 불어 넣는 작업이었다.” 메리 제인 제이콥(Mary Jane Jacob) 시카고예술대학 교수.

공공예술(Public Art)은 일반적으로 도심의 공공장소에 보여질 것을 전제로 구상되고 실현된 예술행위로 인식돼 왔지만 지난 91년 시카고에 ‘행동하는 문화’라는 프로젝트가 실시되면서 공동체 구성원과 관계를 기초로 하는 새로운 공공예술(커뮤니티 아트)이 시도됐다.

‘행동하는 문화’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비영리 공공예술 기관인 ‘스컵처 시카고’의 지원을 받아 메리 제인 제이콥이 1991년 시카고 전역에서 시작해 2년 후인 1993년 일반에게 공개돼 차별화된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행동하는 문화’는 2여년에 걸친 준비와 전시 기간 동안 고등학생, 공동주택 거주자, 노동조합원, 에이즈 환자와 관련 자원 봉사자, 여성단체, 청소년 등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와 작가들로 구성된 8개 참가 그룹을 만들어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비디오로 제작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거리에 설치했으며 훌륭한 발자취를 남긴 과거와 현재의 여성 100명을 선정, 시카고 주요 상업지구인 ‘루프(The Loop)‘에 헌정하는 바위 기념물을 만들기도 했다.

또 고등학생 12명을 1여년동안 시카고 도심 생태학 그룹으로 운영하거나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대체 식량으로 채소를 실내 수경 정원에서 기르게 했다.

진행했던 8개 프로젝트는 각각 다양한 공동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결과물을 목표로 진행됐고 각각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관심사에 적합한 방식으로 참여했다.

이 작업은 공공장소에 오브제를 던져 놓는 것에 그쳤던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공동체 구성원들을 주체로 끌어낸 것이다. 또 이 작업은 공공예술의 교육적인 측면을 중시, 관련 토론회나 심포지엄, 오픈 하우스 등의 행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별성을 갖는다.

▲소외계층을 위한 아웃사이더 아트 ‘온워드(ONWARD)’ 프로젝트

1945년 프랑
▲ 시카고의 대표적인 아웃사이더 아트 프로그램인 '온워드' 에서 작가인 데이비드 홀트(23)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 시카고의 대표적인 아웃사이더 아트 프로그램인 '온워드' 에서 작가인 데이비드 홀트(23)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스의 대표적인 미술가 장 뒤뷔페는 아르 브뤼트(Art Brut)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을 처음 사용했다. 이 단어는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창작 작품을 지칭하는 말로 처음 사용했고 곧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 제도 바깥에서 창작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아르 브뤼트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 바로 ’아웃사이더 아트‘이다.

시카고 ‘갤러리 37’의 ‘온워드’는 고교생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장애가 있는 사람 중 고등학교 졸업 후 더 이상 다음 단계로 갈 데가 없는 것을 보고 장신 장애인이나 지체 장애인 대상으로 2004년에 시작된 아웃사이더 아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갤러리 37에서 작은 공간을 만들어 8명의 작가가 시작했으나 이듬해 시카고 문화센터 2층으로 옮겼다. 최근에는 이용객의 접근성을 위해서 1층으로 다시 옮겨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세계에서 친숙하게 살아가게 배려했다. 현재 정신 장애인이나 노인 등 19세부터 67세까지 35명의 작가가 이곳에서 시카고시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온워드 디렉터 롭 렌츠는 “지원금에 신경 안써도 되는 만큼 작품의 질에 승부를 걸고 있다”며 “하지만 장애인이서도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작가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체 장애인 사피아 하니드(18·여)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행복하다”며 “그림을 배우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즐겁다”고 웃었다.

▲소통하는 벽을 만드는 작업 ‘벽화 그리기’--보론즈빌 벽화운동과 메이폴 프로젝트

1960년 후반
▲ 도시의 지속가능한 프로세스인 그린 건축의 롤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그린 테크놀로지 센터의 모습.
▲ 도시의 지속가능한 프로세스인 그린 건축의 롤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그린 테크놀로지 센터의 모습.
시카고 브론즈빌 등 흑인 빈민 지역을 중심으로 흑인미술운동이 일어났다. 주로 벽화를 통해 흑인의 인권과 민주화 등을 주장하는 알리고 이후 남미나 아시아 등에서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인종미술운동으로 확산됐다.

현재 시카고 브론즈빌에는 흑인 벽화운동의 모습이 보수를 거쳐 곳곳에서 보인다. 흑인 벽화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저스틴 데반의 작품을 비롯해 화려한 색감의 벽화들이 하나의 디자인이 아니라 콜라쥬 형식의 여러 디자인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벽화에는 유명작가들이 외치는 인권과 같은 주제가 아니라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어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시카고시가 오는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 경쟁지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슬럼지역인 브론즈빌의 거리나 주택들을 새로 정비해 색이 바래지고 있는 벽화의 모습은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시카고 서쪽에 위치한 메이플 마을에는 시카고 예술대 학생들이 벽에다 동네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메이 거리는 마틴 루터킹이 살해 된후 폭동이 많이 일어난 지역으로 흑인 비율이 97%나 되는 대표적 빈민가다.

지난해부터 시카고 예술대 예술교육과 드레아 호웨슈타인의 제자인 커스틴 라르슨과 브렌든 허드슨이 주도적으로 ‘메이플 정원과 벽화 그리기’ 등을 진행하면서 공동체로부터 ‘희망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이 작업은 조형물을 벗어나 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작업으로 시작돼 ‘예술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꾸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정원을 가꾸고 6주간 동에 아이들과 여름학교를 진행하면서 생태체험과 미술교육을 진행했다. 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벽화작업을 6주간 워크숍을 진행하며 무엇을 그리고 어떤 디자인을 선택할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벽화에는 동네 사람들이 직접 갖다준 얼굴 사진을 벽에 그리고 있다.

커스틴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커뮤니티를 바꾼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었다”며 “눈에 보이는 벽화나 정원은 전체 작품의 10%이며 나머지 90%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보낸 시간과 사람들의 변화”라고 말했다. 또 그는 “벽화만 해도 작가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것”이며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고민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디’로 불리는 메이플 지역 터주대감 앨드리나 칼슨(여·55)는 “처음에는 이 작업을 일부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옛날과 오늘의 지역 이야기를 기록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이 작업을 새로운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희망의 벽’이라고 칭했다.

▲친환경에서 미래의 공공예술을 엿보다. 초등학교 생태교육과 그린건축

지난달 27일 시카고 한 초등학교인 마그넷 학교에서 생태 건축가 카르멘 비달 할렛을 만났다. 그는 에반스톤 호수 주변 마스터 플랜 등 시카고 시청이 주도한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난 12년간 생태도시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으며 전교생의 50%가 저소득층이고 대부분 남미학생들로 구성된 이 학교의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는 이 학교 5학년생들에게 정원가꾸기를 통해 생태교육의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브라질의 생태 도시 구리치바를 보고 와서 시작한 정원가꾸기는 아이들에게 남미(아즈텍)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물 선정, 빗물 정원 만들기, 폐자재 활용 등을 통해 ‘작은 것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생태교육에 심혈을 기우리는 것은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자유롭게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며 “어릴 때 생태적인 마인드를 인식하게 되면 지속가능한 발전의 리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듯 시카고는 오는 2015년 세계에서 가장 녹색도시가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도시의 지속가능한 프로세스인 생태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최초의 친환경 자격증(LEED)을 받는 시카고 그린 테크놀리지 센터(Chicago Center for Green Technology·CCGT)다.

이 곳은 친환경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tool)’로 층마다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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