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당 선생이 세운 옥류각과 우암 선생이 지은 남간정사는 학문을 논하고 제자를 가르친 공간적 기능 외에도 독특한 조경과 건축기법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옥류각은 동춘당 선생이 34세 때인 1639년에 지은 누각으로 계족산에서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을 가로질러 지어졌다. |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옥류각은 동춘당 선생이 34세 때인 1639년(인조 17)에 지은 누각으로 계족산에서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을 가로질러 지어졌다.
평지에도 건물을 짓기에 충분했을 텐데 왜 굳이 물이 흐르는 울퉁불퉁한 계곡 위에 누각을 지었을까?
임헌기 한밭문화마당 대표는 “자연경관을 조금도 해치지 않으면서 건물이 들어설 자리만큼만 정비해 누각을 세운 것으로 이는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또 “여기에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계곡과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자연을 벗 삼아 자라나는 나무 한 그루도 다치지 않으면서 자연과 동화될 수 있도록 한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이 녹아들어 있다”고 해석했다.
대전시유형문화재
▲ 대전시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는 우암 선생이 말년인 76세 때인 1683년에 지은 별당으로 건물 뒤 샘에서 나오는 물이 대청 밑을 지나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지어졌다. |
대전시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는 우암 선생이 말년인 76세 때인 1683년(숙종 9)에 지은 별당으로 동춘당 선생과 우암 선생은 11촌 숙질, 즉 아저씨와 조카뻘로 한 살 차이여서 어릴 때부터 동문수학했다.
남간정사의 백미는 건물 뒤 샘에서 나오는 물이 대청 밑을 지나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지어진 것인데 이는 한국 전통의 자연조경으로 외형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대단히 과학적인 건축 기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못으로는 두 줄기 물이 들어오는데 하나는 대청 밑을 지나오는 샘물이고 나머지는 계곡 물길을 일부 끌어들인 것으로 이 물들은 여름에는 건물의 열기를 빼앗아 시원함을 선물하고 겨울에는 냉기를 삭혀줘 따스함을 준다.
남간정사의 독특한 구조에 대해 임 대표는 “자연현상을 거스르지 않게 지어진 정원 속에는 우주와 세계가 담겨있다”며 “조선의 전통조경양식을 보여주는 남간정사는 담양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통정원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나다”고 칭찬했다.
남간정사는 대전시유형문화재 제4호로 일반인에 개방되어 있지만 대청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데 대청 문을 열어젖히고 바라보는 연못의 모습은 물과 나무, 돌, 꽃이 어우러진 편안한 한 폭의 동양화로 펼쳐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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