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집, 집 속에 자연…옥류각과 남간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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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집, 집 속에 자연…옥류각과 남간정사

자연 속에 집이, 집 속에 자연이…자연에 순응하는 전통조경양식 옥류각과 남간정사 건축의 비밀

  • 승인 2008-11-19 00:00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동춘당 송준길과 우암 송시열은 같은 은진 송 씨로 ‘양송(兩宋)’으로 불리는 조선의 대표학자들이다.

동춘당 선생이 세운 옥류각과 우암 선생이 지은 남간정사는 학문을 논하고 제자를 가르친 공간적 기능 외에도 독특한 조경과 건축기법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옥류각은 동춘당 선생이 34세 때인 1639년에 지은 누각으로 계족산에서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을 가로질러 지어졌다.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옥류각은 동춘당 선생이 34세 때인 1639년에 지은 누각으로 계족산에서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을 가로질러 지어졌다.
않으면서도 주변 경관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옥류각과 남간정사 건축의 비밀은 무엇일까?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 옥류각은 동춘당 선생이 34세 때인 1639년(인조 17)에 지은 누각으로 계족산에서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을 가로질러 지어졌다.

평지에도 건물을 짓기에 충분했을 텐데 왜 굳이 물이 흐르는 울퉁불퉁한 계곡 위에 누각을 지었을까?
임헌기 한밭문화마당 대표는 “자연경관을 조금도 해치지 않으면서 건물이 들어설 자리만큼만 정비해 누각을 세운 것으로 이는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또 “여기에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계곡과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자연을 벗 삼아 자라나는 나무 한 그루도 다치지 않으면서 자연과 동화될 수 있도록 한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이 녹아들어 있다”고 해석했다.

대전시유형문화재
▲ 대전시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는 우암 선생이 말년인 76세 때인 1683년에 지은 별당으로 건물 뒤 샘에서 나오는 물이 대청 밑을 지나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지어졌다.
▲ 대전시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는 우암 선생이 말년인 76세 때인 1683년에 지은 별당으로 건물 뒤 샘에서 나오는 물이 대청 밑을 지나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지어졌다.
제7호로 지정된 옥류각은 흐르는 계곡물을 누각 아래로 흘려보내면서 사방에 문을 달아 자연을 대청 가득 들여 놓은 모습이 자연 속에 집이 있고 집 속에 자연을 담은 것으로 한국 전통 건축물의 물아일치(物我一致)적 정취를 보여준다.

대전시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는 우암 선생이 말년인 76세 때인 1683년(숙종 9)에 지은 별당으로 동춘당 선생과 우암 선생은 11촌 숙질, 즉 아저씨와 조카뻘로 한 살 차이여서 어릴 때부터 동문수학했다.

남간정사의 백미는 건물 뒤 샘에서 나오는 물이 대청 밑을 지나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지어진 것인데 이는 한국 전통의 자연조경으로 외형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대단히 과학적인 건축 기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못으로는 두 줄기 물이 들어오는데 하나는 대청 밑을 지나오는 샘물이고 나머지는 계곡 물길을 일부 끌어들인 것으로 이 물들은 여름에는 건물의 열기를 빼앗아 시원함을 선물하고 겨울에는 냉기를 삭혀줘 따스함을 준다.

남간정사의 독특한 구조에 대해 임 대표는 “자연현상을 거스르지 않게 지어진 정원 속에는 우주와 세계가 담겨있다”며 “조선의 전통조경양식을 보여주는 남간정사는 담양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통정원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나다”고 칭찬했다.

남간정사는 대전시유형문화재 제4호로 일반인에 개방되어 있지만 대청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데 대청 문을 열어젖히고 바라보는 연못의 모습은 물과 나무, 돌, 꽃이 어우러진 편안한 한 폭의 동양화로 펼쳐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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