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권 충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올해 4월 1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2008년 교육기본통계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대학 진학률은 83.8%로 지난해(82.8%)보다 1%포인트 올랐다고 한다. 이 비율은 보통 50% 내외에 그치는 OECD국가들에 비해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의 수준에 속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고등학생들까지 감안을 하면, 이번 수능에 응시한 56만 여명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들까지 계산하면 대학 정원이 진학 대상자의 수를 초과하는 셈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학정책은 지금까지 질보다 양을 내세워 왔다. 대학들은 저마다 한 명의 정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왔다. 대학의 명성과 경쟁력은 곧 학생의 수와 비례한다는 식의 이상한 편견에 사로잡혀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질적인 제고가 담보되지 않은 양적인 증가로 인해 대학은 싸구려 교육의 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교육재정은 열악하기 그지없고 교육 인프라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많은 대학들에서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0-40명에 이르고 있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ㆍ고등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수가 20명 내외에 그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학의 강의실을 들여다보면 더 문제적이다. 학생들은 전공 공부보다는 각종의 고시나 자격증 시험에 매달려 있고, 게으른 교수들은 수준 낮은 강의에 대한 보답으로 필요 이상의 높은 학점을 부여하여 학점 인플레를 조장한다. 부지런한 교수들도 학생 상담이나 강의 준비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연구 업적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대학 본부에서는 강의 비용을 문제로 분반을 허용하지 않아 교양과목은 물론 전공과목의 강의조차 대형 강연장을 방불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실을 놓고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산꼭대기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8년도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대학교육의 경쟁사회 요구 부합도’에서 우리나라는 55개국 중 5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최상위의 진학률을 자랑하는 나라가 대학교육의 질적인 면에서는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마다 대학경쟁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세계 100대 대학이 없다는 둥 세계 500대 대학에 포함되는 숫자가 적다는 둥 핀잔을 늘어놓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핀잔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현장을 철저히 점검하여 선진국의 유명 대학들의 교육 여건과 비교해 보는 일부터 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양적인 면을 강조하는 대학정책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통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한 언론들의 대학에 대한 비판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 대학교육은 이제 양보다 질을 추구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