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축제의 계절에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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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축제의 계절에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

[교육단상]김정 대전괴정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08-11-18 00:00
  • 신문게재 2008-11-19 20면
  • 김정 대전괴정고등학교 교사김정 대전괴정고등학교 교사
교실의 아이들은
▲ 김정 대전괴정고등학교 교사
▲ 김정 대전괴정고등학교 교사
참 다양하다. 1점만 떨어져도 금방 하늘이 무너질 듯 한탄을 하고 공부에 심취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몇 등급이 내려앉아도 뭐 그리 슬플 것도 괴로울 것도 없이 잠을 잘 수 있는 낙천적 아이들도 있다. 떠들다 혼줄이 나는 한이 있어도 급우들을 데리고 웃기고 떠들며 즐거운 아이들도 숱하다. 선생님들로부터 누가 사랑을 받을지는 뭐 그리 판단하기가 어렵질 않다.

그러나 축제의 계절이 되면 난 좀 생각이 다르다.
왜냐하면 잠자고 떠들기만 하던 녀석들도 나에게는 모두 보배다. 공부보다는 끼를 보고 또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열정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서 숱한 아이들이 생각난다.

2003년 학교 동아리발표회에서 나는 음악교사로 전율을 느낄 만큼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를 발견하였다. 그런데 녀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고 담배를 달고 사는 매우 성실하지 못한 녀석이었다. 어느 날 음악실에 불러 ‘××야, 넌 참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구나. 그런데 담배는 니 천혜의 목소리를 파괴할 것이고, 공부를 버리면 니 목소리도 다 피지 못하고 허공의 메아리로 소멸될 뿐.....’ 하며 얘기를 나눈 후 녀석은 담배를 끊고 공부를 시작하여 서울의 관련학과 대학에 잘 다니고 있다.

중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간신히 고등학교에 진학한 어떤 녀석은 아무 것도 하질 않다가 음악시간에 우연히 잡은 기타에 빠져 음악실에서 3년을 기타만 배우고 졸업하였다. 학교를 졸업하던 날 녀석의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 때문에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또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 하는 어떤 녀석은 수업시간만 되면 수업하기가 어렵게 떠들고 장난치고 아니면 잠자고 하는데, 축제의 무대에 오르기 위한 일이라면 그렇게도 노력하더니 지금은 서울의 관련학과 진학하여 전문교육을 잘 받고 있다.

나는 2003년부터 대전광역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고3학생을 위한 축제’를 운영하였다. 여러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오디션을 한다. 물론 내가 가르치는 우리 학교 아이들도 많이 응모를 하는데, 수업시간에는 그리 튀지도 않던 녀석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오디션에 응하는 태도는 대단히 열정적이다.

‘애기야, 넌 고음이 조금 부드럽질 않다. 그 부문만 극복하면 참 멋지겠는데.’ 하고 말하면 아무런 지도가 필요 없다. 어디서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는지, 아니면 누구에게 사서라도 받은 것처럼 금방 변화가 온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고 또 늘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또 믿음을 주면 녀석들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다.

다음 주에는 ‘고3학생을 위한 축제 한마당’에 출연진을 선발해야 한다. 어떤 친구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기대된다. 수업시간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많은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여 무대를 빛내어 나의 새로운 보석이 되었으면 한다. 또 그런 끼를 가진 대전의 고등학생들이 구름처럼 모여 자기를 실컷 표현하여 축제의 계절에 보석으로 빛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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