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먹과 함께 살아서일까, 24일 칠순 기념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는 서예가 송산(松山) 박승배는 먹 향기를 맡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학생들을
▲ 박승배씨 |
“글쎄요, 다른 사람들은 먹 향기가 은은하고 좋다지만 저는 매일 먹을 갈고 글씨를 쓰다보니 이제 먹 냄새가 나지 않아요”
손에서 먹을 놓은 적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는 50여년 전 한학자인 백부의 소개로 붓을 잡은 뒤 이를 놓지 않았다. 한문서당에 나가 천자문 동몽선습 등을 배우며 서예를 시작한 그는 꾸준히 글을 익히고 글을 썼다. 붓을 잡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붓과 한 몸처럼 살았다.
특히 묵묵히 자신을 다스리며 글쓰기에 정진한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들어 만난 강암(剛菴) 송성용 선생을 통해 자시만의 글씨를 확립할 수 있게 됐다.
“강암 선생님은
▲ 망혜.여장(芒鞋ㆍ藜杖) |
항상 자신을 낮추고 글쓰기에 전념하다보니 50세가 넘어서야 첫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시 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선정될 만큼 그의 글씨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그의 마음은 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송산의 글씨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이나 옥과 같은 글씨가 아니다 그의 글씨는 너럭바위와 같은 장독대 위에 실팍지고 정겨란 모습으로 무겁게 앉아있는 옹기 항아리 같은 글씨다’라고 평한 바 있다.
서예를 시작한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본을 중시한다.
“재주있다고 서예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 “서예는 근본을 중시하며 예를 갖추고 꾸준히 노력해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기본을 잃지않고 평생을 서예에 매진한 그가 먹 향을 맡을 수 없던 이유는 스스로 자향기향(스스로 그 향기를 풍김)하기 때문이 아닐까.
송산 박승배 선생의 칠순 기념 회고전 및 출판 기념회는 24일부터 일주일동안 연정국악원 전시실에서 열린다.
서집에는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 200여점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전시에는 이 가운데 엄선한 작품 30여점이 소개된다.
한 평생을 서예에 바친 서예가의 먹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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