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전 한남대사회문화대학원장·대전연극협회장 |
캐서리나(유나영 분)와 비앙카(김민 분). 음전하고 아리따우며 배움의 의욕이 많은 작은 딸 비앙카는 인기 상종가의 매물(賣物)(?)이지만, 거칠고 무식하고 고집센 큰 딸 캐서리나는 돈을 줘도 팔지지 않은 하종가 매물. 아버지로선 딸들의 혼사가 매우 골치 아픈 숙제이다. 뭇 남성들이 비앙카만을 바라보지만, 차마 큰 딸을 불량품으로 낙인찍을 수는 없는 일.
밥티스타는 큰 딸의 혼사가 있기 전에 작은 딸의 결혼은 있을 수 없다고 선언한다. 이런 부친의 노력에도 캐서리나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이다. 비앙카를 노리던 한 부호 노인 그레미오(이용렬 분)과 야심찬 젊은이 호텐시오(차성만 분)는 마침내 그들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일단 경쟁을 미루고 합심하여 캐서리나 처리, 불량품 처리에 나서기로 한다. 때 마침 이방(異邦)에서 두 젊은이가 파두아로 오게 된다.
돈벌이를 위해 세상 체험을 하려는 페트루치아는 매우 다혈질이고 거칠며 패기만만하다. 그는 많은 지참금이 걸려있는 캐서리나를 자신의 아내로 삼아 부를 이루겠다고 선언한다. 한편 공부를 위해 파두아를 방문한 루센치오(이동규 분)는 비앙카에게 반한다. 이들은 각각 충성스러운 하인을 대동하고 있다. 그루미오(한선덕 분)와 트라니오(권영국 분). 섬세한 책략(루센치오-비앙카)과 과감한 대쉬(페트루치오-캐서리나)로 두 딸의 결혼이 이뤄져 해피엔딩으로 결혼 드라마는 마무리 된다.
이번 공연은 네 번째 맞는 전당의 셰익스피어 공연이었다. 연출을 맡은 심재찬은 한국의 대표적인 연출가(극단 전망 대표)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 그는 이 번 공연을 통해 대전 배우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조련을 한 셈이었다. 부호 가부장 역할을 한 이종국은 공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했고, 두 신사의 하인 역을 맡은 한선덕과 권영국은 공연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주었으며, 이 세 선배 배우가 튼튼하게 세운 장막 안에서 후배 배우들이 뛰어 놀았다.
유나영은 그간에 했던 역할과 크게 대조되는 거친 망아지와 같은 여인 역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했으며, 민병욱도 자신의 소프트한 음성에 힘을 불어 넣어 박력 넘치는 젊은 남성의 형상화를 성공적으로 해 냈다. 이동규는 깔끔하고 멋진 루센치아 역을 미끈한 음성으로 형상화 했다. 평소 대사할 때 갈라진 소리를 냈었던 이동규는 음성을 잘 조절하여 빛나는 역할을 해내었다. 기능적이고 아름답게 축조된 무대장치(하성옥)와 다채로운 의상(김혜민) 그리고 특히 연극의 격을 높인 챔버(김영일) 등도 성공 공연의 핵심 멤버였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이탈리아의 민중국인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수법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 주인과 하인이 역할 바꾸기를 한다거나, 거짓 선생이 되어 집안에 숨어든다거나, 두 명의 대조저긴 성격의 여인 쌍 설정 등이 그런 특성들이다. 그의 원작을 서막만을 빼놓고 거의 모두 살려내어 공연한 것은 그간의 셰익스피어 공연과 다른 점이었다. 이 점은 매우 많은 것을 시사한다. 셰익스피어 드라마의 미려한 대사들을 살리려 애썼고 그 과정을 통해 대사 능력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대전 배우들이 땀 흘려 공부를 다시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고 장중하거나 유장하고 함축적인 대사를 잘 형상화하기엔 아직 배우들의 수련이 더 요구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드러낸 공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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