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재영 충남대 사회대 학장 |
그런 가운데 청와대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가 변화를 국정운영의 주요 가치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공통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다수 국민들로 하여금 의아해 하거나 실소를 머금게 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여러 가지로 논란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필자의 전문 영역에 걸맞게 오바마 당선자가 캠페인 과정에서 내놓았던 언론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오바마 당선자는 무엇보다도 매체 소유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 민주주의와 공익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가 당선된다면 방송사 소유권의 다양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 개발로 만들어지는 채널을 다양한 시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시키며,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익 추구 의무를 명확히 하고, 지역 방송사들에게는 지역 이슈 보도를 확대하고 주민들의 요구에 응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것은 사실상 지난 8년 동안 부시 정부가 허용했던 방송 소유권의 집중과 광범위한 상업화 경향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는 이미 2007년도에 신문-방송 겸영 규제를 완화하려는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결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동료들과 공동으로 제출하여 상원에서 통과되도록 한 바 있다. 오바마의 이러한 입장은 이명박 정부가 공언한 대기업의 방송 채널 소유와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과 명백히 대비된다.
또한 오바마는 매체 소유권의 다양성 추구를 위해, 구체적으로 여성과 유색 인종 등의 사회적 약자 집단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 방송통신위원회가 노무현 정부에 의해 시작된 소출력 라디오 방송에 대한 평가 작업을 통해 사실상 그것을 축소하거나 폐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만약에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이것 역시 오바마 당선자가 추구해나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매체 정책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오바마는 공영매체를 디지털 영역에 확대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오바마의 공약 가운데 한 가지는 공영매체 2.0을 만들어 디지털 세계에 공영방송인 PBS의 ‘세사미 스트리트’ 같은 교육·정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오바마는 오늘날 공영방송 체제가 디지털 세계로 전환되는 것을 지원하며 그 토대를 새롭게 다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오직 방송과 디지털 영역의 상업화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영매체를 디지털 영역에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MBC 등을 민영화하여 공영방송 부문을 축소하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매체의 다양성과 공영성을 확대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언론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오바마의 정치적 지향을 곡해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실패한 부시의 노선을 답습한 자신의 정책을 점검하는 준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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