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호 한국과학재단 방사선연구관 |
지금까지 원전건설을 유보했던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에는 총 43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으며, 43기가 건설되고 있다. 그리고 16개국에서 53기를 신규로 건설할 계획이다. ‘원자력 르네상스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상황이지만,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 때만 해도 당장 에너지 위기 대안으로 원자력이 거론되었다. 또한 언제라도 다시 기름 값이 급등할지 모를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대책이 구체화되고, 이산화탄소의 거래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정부도 미래 에너지 개발을 위한 장기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여기에 국내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신규 원전건설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원자력은 단지 전기생산을 위한 발전(發電)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의학과 공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리콘이 산업의 쌀이라면 원자력은 산업발전의 주춧돌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게 주목받는 원자력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 맞물려 원자력을 공부하려는 학생 수도 줄어들고 원자력 전문가나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대우도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도입 당시 원자력분야에 종사한 과학자들에 대한 대우를 생각해 보면 지금과는 차이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에서는 미래 원자력 전문가를 양성하려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증대될 원자력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분야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원자력 발전량 기준으로 세계 6위 국가로 성장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한 결과, 이제는 원자력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우수한 원자력 전문가는 바로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큰 자산이다. 하지만, 여기서 자만할 일이 아니다. 다양한 원자력 전문가의 수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래 청정에너지원이 될 수소생산을 위한 원자로 등 차세대의 미래형 원자로 개발을 위해 국제협력 연구가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핵연료 확보를 위한 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는 등 풀어야 할 핵심적 과제가 많다. 이를 위해 우수한 고급 핵심인력이 필요하며 젊고 유능한 신진 과학자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방사선 의학과 첨단산업, 품종개량, 수질오염 개선 등에 적용되는 방사선 융합기술 연구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을 통해 원자력 의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싸이클로트론을 국산화하여 전국 권역별로 설치하고 있다. 암 환자에게는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양성자, 중입자, 냉중성자 가속기 등 새로운 장치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 의학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비단 원자력 연구개발 인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향후 예상되는 세계적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인력의 수요에도 대비해야 한다. 원자력이 수출 상품으로 주목받을 날이 올 것이다.
원자력은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고 우리의 건강, 환경개선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긴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를 에너지 위기에 준비하고 대비하는 슬기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가 존경받고 대접받는 환경 조성이 가능하도록 우리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양질의 인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고서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원자력에 대한 투자재원의 획기적인 확대와 더불어 원자력 전문가의 양성을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할 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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