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금융권은 원가절감에서부터 감원이 이르기까지 위기 체제에 돌입했고, 직장인과 서민 가계 역시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를 타개하려고 온갖 이벤트를 선보이고 하지만,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기업들 감원 한파까지=제조업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유가와 국제 원자재 값 폭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부터다.
한국타이어와 한라공조를 비롯한 대기업들까지 잔반줄이기와, 소등하기, 컴퓨터모니터 끄기, 이면지 사용하기 등 1년 넘게 일상생활에서 원가절감 운동을 벌여올 정도다. 중소기업 역시 남은 원자재 재활용, 마케팅 비용 삭감, 출장 자제, 원가절감 운동 아이디어 공모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감원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A사는 이미 임원급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B 중견기업 역시 10월부터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전담팀을 구성했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있는 T 중소기업 대표는 “채용 계획을 사문화했고, 사무보조원을 비롯한 특정 부서를 용역화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씀씀이 대폭 축소=인크루트가 직장인 1,5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1%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줄인 항목은 외식비로, 34.8%에 달했다. 유흥비(19.3%)와 의류,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 구매(14.2%)도 많았다.
씀씀이를 줄인 이유는 ‘물가가 올라서’라는 답변이 40.2%로 가장 많았고,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감’(38.9%), ‘실제로 수입이 줄어들어서’(14.3%), ‘대출금리가 올라서’(5.8%) 등의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10월 중 소비자심리지수가 88로 전월(96) 대비 8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소비심리인 생활형편CSI(Consumer Sentiment Index)와 생활형편전망CSI도 각각 전월대비 4포인트와 10포인트 떨어졌다.
▲출혈경쟁 유통가는 울상=외형상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다소 올랐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한화타임월드점의 3분기 매출액은 220억 400만 원을 기록해 전분기대비 0.2%,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15억 1700만 원을 기록해 전분기대비 39.0%,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9%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많은 행사와 긴 행사 기간, 투자비용 등을 감안할 때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 상당수가 오히려 줄거나 별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유통가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갤러리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대전점, 백화점 세이 등 백화점 3사와 대형마트들은 각종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정기 세일을 비롯한 창립 기념행사, 바자, 데이 마케팅, 상품별 세일 등 이벤트를 다양화했고, 세일 기간을 대폭 늘렸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 소비를 줄이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하지만, 지갑을 닫는 데 능사는 아니다. 절감과 함께 현명한 소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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