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율정 대전지방보훈청장 |
대부분의 약소국들이 미국과 유럽 열강들에 의해서 개항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1876년에 일본에 의해서 강제로 통상을 해야 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진 탓인지 몰라도 1882년 임오군란, 1884년의 갑신정변을 거쳐서 약 10여년 후에는 우리나라를 두고 청나라와 일본이 혈투의 장을 제공하는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였고 그 다음 해인 1895년에는 국모 명성황후가 일본의 자객들에 의해서 살해되는 민족적 수치를 당해야 했다.
그러한 상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10년 후에는 역시 우리 한반도를 무대로 하여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서 백인우월주의에 안주하던 서방 열강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일본의 완승으로 끝나서 일본이 명실상부한 세계적 열강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그쯤 되다 보니 일본은 기고만장하여 아시아를 제패하려는 음모의 발판으로 가장 인접국인 우리나라를 제물로 삼기에 이르렀던 역사적 사실 앞에 현재를 사는 우리가 삼아야 할 교훈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로 구한말 시대를 전후한 민족적 수모의 결정적 원인은 세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점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문명의 발전을 주도했던 서방 국가들은 천연자원 확보와 공산품 시장 확보를 위해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약소국들을 무력 침략과 약탈의 방법으로 지배하려 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일명 쇄국정책을 유지하던 끝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다. 그와 달리 일본은 1854년도에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해서 개항을 하였지만 그로부터 14년 후에 메이지 유신으로 산업화와 선진화의 길을 추진하여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는 수모를 겪지 않고 오히려 지배를 하는 강대국이 되었다.
현재도 세계적 변화나 물정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쇠고기 파동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혀 근거도 없는 낭설에 엄청난 국력을 소모한 경우를 보면서 무지나 무식의 소산인지 아니면 무작정 반대를 위한 반대나 심성 자체가 고약해서 인지 몰라도 우리의 발전에 역행하는 무리가 적잖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우리가 식민지 상태에서 신음하고 있었을 때 그래도 천만다행이었던 점은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위대한 공헌과 희생을 보여 주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같은 독립운동가들이 계셨다는 점이다. 그분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 보다는 우리 조국을 위한 열정에 파묻힌 분들이다. 누구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민족을 향하여 온몸을 바쳐서 조국의 독립을 향한 수호신이 되었다. 바로 그분들처럼 몸과 행동으로 보여 주신 나라사랑이 보훈정신이다. 우리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일 수 있다. 우리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과 호시탐탐 우리의 고유 영토에 대한 탐욕을 보면서 선열들이 보여 주신 독립운동의 정신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바로 보훈정신으로 발전 승화될 필요가 절실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셋째로 63년 전에 우리는 일제의 질곡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미완의 광복에 머물러 있는 점을 직시하여야 한다.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자마자 우리 조국은 반쪽으로 두 동강 나고 말았다. 우리 한민족 역사 속에서 엄연한 2국 시대란 사실을 우리 스스로는 부인하고 싶어도 현재도 언제 종결될 기약 없이 진행형이다. 1990년대 이후에 45년 만에 냉전 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붕괴된 가운데서도 우리 한반도만은 철옹성처럼 분단 상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만년 역사를 공유하였고 언어, 문화, 풍습이 동일한 북한과는 언젠가는 평화적 통일을 이룩해야 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민족사적 과제이다. 지극히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공론화된 통일 논쟁을 지양하고 순국선열들이 보여 주신 독립정신을 현재를 사는 우리가 보훈정신으로 발전시켜 국민 통합과 굳건한 정신력을 발판으로 승자의 입장에서 질곡에 신음하는 북한을 개방 개혁으로 자생력을 키워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때 진정한 독립과 광복을 성취할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족사를 숭고한 보훈정신에 입각하여 만들어 가야 할 당위성이 더 없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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