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상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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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상처에 대하여

[금요논단]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08-11-13 00:00
  • 신문게재 2008-11-14 20면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옥영 군은 집과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사무실만 오간다. 별명이 집사다. 만나면 단조로운 행보다. 장터 국밥으로 점심 때운다. 다방에서 옛날 커피 마신다. 그러다 헤어진다. 그런 그가 이혼 당했다.

지팔 선생은 젊은 강사다. 검진결과 결절이 나왔다. 일생 매년 검진해야 한다. 밤새워 가며 강의 준비했다. 맘 씀씀이도 착했다. 잘못 다스리면 암이 된다니. 할 말 잃었다. 철수 군 이메일에 울음이 베였다. 수십 대 일 순경시험 필기에는 합격했다. 면접 거친 후 불합격. 고교시절 보호처분 때문이었다. 노량진 학원가 낭인생활의 끝은 물거품.

요즘 이런 일로 착잡하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물어온다. 그저 위로만으로 시종한다. 말과 글로만 처지를 공감한다. 해줄 무엇이 있는가. 힘이 없다. 인간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주위가 스산하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유는 단 하나. 빈 깡통 된 투자다. 내 연금보험도 알고 보니 같은 상황이다. 겁나 어디 은행 가보겠나. 묻어두기로 한다.

세상이 공평치 않다. 주위를 보면 착한 사람이 많이 당한다. 악한 자는 배 두드린다. 더 잘 사는 듯하다. 이래서야 어디 살 맛 나는가. 인과응보. 나 모르게 내가 죄 지었나.

그러고 보니 그렇다.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비는 집사람 속도 썩혔다. 진정으로 간하는 부하의 건의를 일언지하에 각하했다. 수업시간에 메시지 날리는 학생을 교실에서 추방시켰다.

어디 이뿐이랴. 주말이면 유혹에 지고 만다. 안될 거 뻔히 알면서도 그런다. 로또 산다. 아리따운 여인에게 추파 던졌다. 음흉한 짓거리도 서슴지 않았다. 허 허 참 나쁜 사람. 이게 나의 전체상인가. 아니다. 좋은 면은 더 많다. 하나하나 밝히자니 쑥스럽다. 여러분이 더 잘 안다. 나보다 더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 생략. 외려 마음 편하다.

그런데 가을이잖아. 음울한 얘기로 소식 전해서야 되겠나. 그렇고말고. 좀 환한 쪽으로 나가야겠다. 삶이란 광명지향이니까 말이다. 희망과 더불어 가는 거니까 말이다.

천안 북면 연수원 산자락에서 단풍잎 주었다. 친구 앞 안부편지에 넣어 보냈다. 전화가 왔다. 아직도 유치 유치한 소년풍이 남았냐고. 고맙다고. 덕분에 점심시간에 방황했다고. 조그만 몸짓이 큰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누구나 다 굶주려 있는 게 아닐까. 정에 기갈 들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부지런히 선물해야 하는 거 아닐까.

세상살이가 간단치 않다. 있으면 더 쥐려고 안달한다. 없으면 없는 만큼 걱정한다. 고민과 불안이 동행한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부상을 당한다. 낫더라도 흔적이 남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상처와 씨름하며 산다. 모양과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얕고 깊음이 또한 다르다. 통증에도 차이가 있을 터이다. 하지만 내 아픔이 제일 심하다 치부한다.

치유책은 무엇인가. 우리 집 강아지는 안다. 그 부위를 혀로 핥는다. 저절로 아문다. 그렇다. 상처공유인생에 모범답안이 있다. 서로 부축하기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힘 된다.

직장생활 이십년에 남은 게 없다는 중대 군이었다. 가볼까. 손잡으며 나는 캥거루가 아냐 하련다. 널 이해 못하겠다는 캥거루가 많은 세상. 십일월 한기가 상혼을 더 아리게 한다.

게다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때린다. 예의 그 처방 나오려는 기미가 보인다. 구조조정에 인수합병이다. 문 닫는 곳이 늘 전망이다. 거리로 나설 사람이 필시 늘어나리라.

날도 춥다. 경기는 더 으스스하게 만든다. 이럴 때 내몰리면 어쩌나. 풍찬노숙의 길로 내?기면 어이 할 거나. 다 안고 함께 가는 건 과연 불가능한가.

아는 만큼만 보인다. 정부가 그렇다. 있는 자와 있는 곳 지켜주기에만 열심이다. 없는 사람과 없는 지역의 곤궁은 외면한다. 우리는 공동체. 아픔과 희망 나누게 해야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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