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지팔 선생은 젊은 강사다. 검진결과 결절이 나왔다. 일생 매년 검진해야 한다. 밤새워 가며 강의 준비했다. 맘 씀씀이도 착했다. 잘못 다스리면 암이 된다니. 할 말 잃었다. 철수 군 이메일에 울음이 베였다. 수십 대 일 순경시험 필기에는 합격했다. 면접 거친 후 불합격. 고교시절 보호처분 때문이었다. 노량진 학원가 낭인생활의 끝은 물거품.
요즘 이런 일로 착잡하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물어온다. 그저 위로만으로 시종한다. 말과 글로만 처지를 공감한다. 해줄 무엇이 있는가. 힘이 없다. 인간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주위가 스산하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유는 단 하나. 빈 깡통 된 투자다. 내 연금보험도 알고 보니 같은 상황이다. 겁나 어디 은행 가보겠나. 묻어두기로 한다.
세상이 공평치 않다. 주위를 보면 착한 사람이 많이 당한다. 악한 자는 배 두드린다. 더 잘 사는 듯하다. 이래서야 어디 살 맛 나는가. 인과응보. 나 모르게 내가 죄 지었나.
그러고 보니 그렇다.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비는 집사람 속도 썩혔다. 진정으로 간하는 부하의 건의를 일언지하에 각하했다. 수업시간에 메시지 날리는 학생을 교실에서 추방시켰다.
어디 이뿐이랴. 주말이면 유혹에 지고 만다. 안될 거 뻔히 알면서도 그런다. 로또 산다. 아리따운 여인에게 추파 던졌다. 음흉한 짓거리도 서슴지 않았다. 허 허 참 나쁜 사람. 이게 나의 전체상인가. 아니다. 좋은 면은 더 많다. 하나하나 밝히자니 쑥스럽다. 여러분이 더 잘 안다. 나보다 더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 생략. 외려 마음 편하다.
그런데 가을이잖아. 음울한 얘기로 소식 전해서야 되겠나. 그렇고말고. 좀 환한 쪽으로 나가야겠다. 삶이란 광명지향이니까 말이다. 희망과 더불어 가는 거니까 말이다.
천안 북면 연수원 산자락에서 단풍잎 주었다. 친구 앞 안부편지에 넣어 보냈다. 전화가 왔다. 아직도 유치 유치한 소년풍이 남았냐고. 고맙다고. 덕분에 점심시간에 방황했다고. 조그만 몸짓이 큰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누구나 다 굶주려 있는 게 아닐까. 정에 기갈 들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부지런히 선물해야 하는 거 아닐까.
세상살이가 간단치 않다. 있으면 더 쥐려고 안달한다. 없으면 없는 만큼 걱정한다. 고민과 불안이 동행한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부상을 당한다. 낫더라도 흔적이 남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상처와 씨름하며 산다. 모양과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얕고 깊음이 또한 다르다. 통증에도 차이가 있을 터이다. 하지만 내 아픔이 제일 심하다 치부한다.
치유책은 무엇인가. 우리 집 강아지는 안다. 그 부위를 혀로 핥는다. 저절로 아문다. 그렇다. 상처공유인생에 모범답안이 있다. 서로 부축하기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힘 된다.
직장생활 이십년에 남은 게 없다는 중대 군이었다. 가볼까. 손잡으며 나는 캥거루가 아냐 하련다. 널 이해 못하겠다는 캥거루가 많은 세상. 십일월 한기가 상혼을 더 아리게 한다.
게다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때린다. 예의 그 처방 나오려는 기미가 보인다. 구조조정에 인수합병이다. 문 닫는 곳이 늘 전망이다. 거리로 나설 사람이 필시 늘어나리라.
날도 춥다. 경기는 더 으스스하게 만든다. 이럴 때 내몰리면 어쩌나. 풍찬노숙의 길로 내?기면 어이 할 거나. 다 안고 함께 가는 건 과연 불가능한가.
아는 만큼만 보인다. 정부가 그렇다. 있는 자와 있는 곳 지켜주기에만 열심이다. 없는 사람과 없는 지역의 곤궁은 외면한다. 우리는 공동체. 아픔과 희망 나누게 해야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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