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낳은 시카고 공원 가보니…

오바마 낳은 시카고 공원 가보니…

<창조도시 대전 공공예술 만들기>

  • 승인 2008-11-12 00:00
  • 신문게재 2008-11-13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공공예술은 고대의 신전 건축과 조각부터 중세 성당 건축, 근대 광장 기념 조형물, 벽화, 묘비석, 현대 환경 조형물 등으로 오랜 역사 동안 인간의 삶과 함께 해왔다.

하지만 ‘공공예술(Public Art)’이라는 용어는 67년 존윌렛이 그의 책 ‘도시 속의 예술(Art in a city)’에서 소수 사람만의 예술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을 위한 예술로서 공공예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현재는 미술관이나 화랑 등 전통적인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지역 정체성을 대표하기도 한다.

특히 시카고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미술관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 설치해 미국 공공예술의 르네상스를 연 도시이다. 시카고 시내에는 피카소의 작품뿐만 아니라 마르크 샤갈, 장 드

뷔페, 아니쉬 카푸어, 알렉산더 칼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시카고는 지난 78년부터 시나 주 정부에서 짓는 건물 총 건축비용의 1.33%를 떼어내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 1.33% 법을 적용해 만들어진 작품은 700점이 넘는다. 이에 시카고의 공공예술성을 갖는 주요 거리 조형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갇힌 공간에서 나와 시민들과 호흡

▲피카소의 ‘더 피카소(The Picasso)’
지난달 31일
▲시카고의 그랜트 공원이 포함하고 있는 밀레니엄 파크
▲시카고의 그랜트 공원이 포함하고 있는 밀레니엄 파크
시카고 시내 리처드 댈리 시빅센터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할로윈데이’ 를 맞고 있었다. 처음에는 초록 빛깔의 옷을 입고 외줄을 따는 한 여인의 곡예 공연에 눈이 갔지만 추후에는 피카소의 작품에서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각품을 거의 남기지 않았던 피카소 작품인 ‘더 피카소’의 값어치는 상상할 수도 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차단시설조차 해놓지 않고 아이들의 놀이기구로 허용하고 있는 통 큰 행정에 놀랐다.

‘더 피카소’는 작가가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지은 이름이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볼 수 있기를 원한다’는 시카고 시민의 염원에 따라 맥고믹 재단을 비롯한 여러 기업체와 기관에서 시에 기증한 작품이다. 피카소도 이 작품에 대한 경제적인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디자인만 했으며 제작은 시카고 현지에서 이뤄졌다.

초에는 말(馬)이나 새, 사람의 형상을 닮은 ‘피카소’를 두고 처음엔 ‘이게 무슨 작품이냐’며 볼멘소리를 했던 시민들이지만 지금은 시카고시가 가장 성공한 조형물로 꼽히고 있다.

▲ 공공예술 작품의 자연 갤러리 밀레니엄 파크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마마가 당선 수락 연설을 한 시카고의 그랜트 공원(Grant Park)의 일부인 밀레니엄 파크. 이곳에는 애니쉬 카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스페인 조각가 호메 플렌자의 ‘크라운 파운틴(The Crown Fountain)’, 야외 극장, 정원 등이 도심 속의 편안함과 웃음을 던져준다.

애니쉬 카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는 본래 제목보다 ‘콩(bean)’이란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으며 현재 시카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잘 닦은 거울 같은 표면을 지닌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각자의 모습을 비춰보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인도출신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가 지난 2004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지름 20m 초대형 조형물로 바라보는 각도마다 느낌이 다르며 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듯하다.

밀레니엄 공원의 또 다른 공공 예술 작품인 자우메 플렌자의 ‘크라운 분수’도 평면적이지만 색다른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두 개의 마주보고 있는 단한 평면에 LED전광 시설이 돼 있어 살아있는 사람 얼굴이 여러 표정을 짓는다. 여름철에는 얼굴 형상의 화면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나와 아이와 어른이 철퍼덕 거리면서 물놀이를 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그 밖의 주요 공공예술작품
샤갈의 ‘사계절’, 장 드뷔페의 ‘플라밍고’,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츠의 ‘아고라’, 호안 미로의 ‘미로의 시카고’등도 시민들의 삶 속에 친근한 표정들로 녹아 있다. 마르크 샤갈의 ‘사계절’은 시내 체이스 타워 광장에 20m에 이르는 대형 타일 벽화 형태로 있다. 이 작품도 피카소처럼 샤갈이 시카고에 디자인을 무료로 기증해 현지에서 제작됐다.

현대 물질 물명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장 드뷔페는 제임스 톰슨센터 광장에 대형 철 조각품 ‘플라밍고’를, 막달레나 아마카노비츠는 그탠트 공원에 목이 없는 인간 형상의 철조각 106개로 구성된 ‘아고라’를 선보여 열린 갤러리를 연상케하고 있다.

메리 브루거의 ‘헤이마켓 기념비’는 거리에 낙서하는 걸 금지하고 있는 시카고시에서 공공예술 작품에 새겨진 그래피티를 허용하게 만든 작품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노동절(메이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이 작품은 노란색 페인트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를 뜻하는 ‘A’라는 알파벳을 새기고 옷을 입히는 등 때때로 수난을 당해왔다. 하지만 시카고시의 담당자는 그같은 ‘훼손’을 ‘소통’으로 읽는다.

△랜드 마크가 늘어날수록 고민도 커져

시카고시는 유지
보수 비용으로 년 15만불을 집행하고 있지만 도심에 공공예술 작품이 늘어날수록 관리비용은 커지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1.33% 법을 적용해 거리 조형물을 시작한 당시에는 유지 보수 개념은 없었지만 700개 이상의 공공예술 작품이 생기고 자연적 인위적 훼손이 늘어나면서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추가될 수밖에 상황이 된 것이다.

시카고 시 문화국 공공에술 프로그램 큐레이터 나단 메이슨은 “공공예술 작품의 유지보수 년 예산 15만불을 집행하지만 적은 크기의 브론즈 소재 작품 청소하는 데만 3만불이 소요되기 때문에 넉넉하지 않다”며 “시카고시의 랜드 마크가 늘어날수록 고민”이라고 웃었다.

여름철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크라운 분수’도 신기술을 이용한 작품이라 한번 문제가 생기면 보수하기 어렵고 ‘클라우드 게이트(일명 콩)’도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소요하고 있어 공공예술 작품의 유지보지 비용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시카고 시는 부족한 유지보수 예산은 민간 기업체에서 충당하고 있다./시카고=배문숙 기자 moons@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2.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3.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4.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1.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2.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3. 대전세종중기청, 경험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 현판식
  4.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