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공예술(Public Art)’이라는 용어는 67년 존윌렛이 그의 책 ‘도시 속의 예술(Art in a city)’에서 소수 사람만의 예술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을 위한 예술로서 공공예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현재는 미술관이나 화랑 등 전통적인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지역 정체성을 대표하기도 한다.
특히 시카고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미술관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 설치해 미국 공공예술의 르네상스를 연 도시이다. 시카고 시내에는 피카소의 작품뿐만 아니라 마르크 샤갈, 장 드
뷔페, 아니쉬 카푸어, 알렉산더 칼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시카고는 지난 78년부터 시나 주 정부에서 짓는 건물 총 건축비용의 1.33%를 떼어내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 1.33% 법을 적용해 만들어진 작품은 700점이 넘는다. 이에 시카고의 공공예술성을 갖는 주요 거리 조형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갇힌 공간에서 나와 시민들과 호흡
▲피카소의 ‘더 피카소(The Picasso)’
지난달 31일
▲시카고의 그랜트 공원이 포함하고 있는 밀레니엄 파크 |
‘더 피카소’는 작가가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지은 이름이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볼 수 있기를 원한다’는 시카고 시민의 염원에 따라 맥고믹 재단을 비롯한 여러 기업체와 기관에서 시에 기증한 작품이다. 피카소도 이 작품에 대한 경제적인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디자인만 했으며 제작은 시카고 현지에서 이뤄졌다.
초에는 말(馬)이나 새, 사람의 형상을 닮은 ‘피카소’를 두고 처음엔 ‘이게 무슨 작품이냐’며 볼멘소리를 했던 시민들이지만 지금은 시카고시가 가장 성공한 조형물로 꼽히고 있다.
▲ 공공예술 작품의 자연 갤러리 밀레니엄 파크
미국의 제44대
애니쉬 카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는 본래 제목보다 ‘콩(bean)’이란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으며 현재 시카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잘 닦은 거울 같은 표면을 지닌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각자의 모습을 비춰보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인도출신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가 지난 2004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지름 20m 초대형 조형물로 바라보는 각도마다 느낌이 다르며 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듯하다.
밀레니엄 공원의 또 다른 공공 예술 작품인 자우메 플렌자의 ‘크라운 분수’도 평면적이지만 색다른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두 개의 마주보고 있는 단한 평면에 LED전광 시설이 돼 있어 살아있는 사람 얼굴이 여러 표정을 짓는다. 여름철에는 얼굴 형상의 화면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나와 아이와 어른이 철퍼덕 거리면서 물놀이를 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그 밖의 주요 공공예술작품
샤갈의 ‘사계절’, 장 드뷔페의 ‘플라밍고’,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츠의 ‘아고라’, 호안 미로의 ‘미로의 시카고’등도 시민들의 삶 속에 친근한 표정들로 녹아 있다. 마르크 샤갈의 ‘사계절’은 시내 체이스 타워 광장에 20m에 이르는 대형 타일 벽화 형태로 있다. 이 작품도 피카소처럼 샤갈이 시카고에 디자인을 무료로 기증해 현지에서 제작됐다.
현대 물질 물명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장 드뷔페는 제임스 톰슨센터 광장에 대형 철 조각품 ‘플라밍고’를, 막달레나 아마카노비츠는 그탠트 공원에 목이 없는 인간 형상의 철조각 106개로 구성된 ‘아고라’를 선보여 열린 갤러리를 연상케하고 있다.
메리 브루거의 ‘헤이마켓 기념비’는 거리에 낙서하는 걸 금지하고 있는 시카고시에서 공공예술 작품에 새겨진 그래피티를 허용하게 만든 작품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노동절(메이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이 작품은 노란색 페인트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를 뜻하는 ‘A’라는 알파벳을 새기고 옷을 입히는 등 때때로 수난을 당해왔다. 하지만 시카고시의 담당자는 그같은 ‘훼손’을 ‘소통’으로 읽는다.
△랜드 마크가 늘어날수록 고민도 커져
시카고시는 유지
1.33% 법을 적용해 거리 조형물을 시작한 당시에는 유지 보수 개념은 없었지만 700개 이상의 공공예술 작품이 생기고 자연적 인위적 훼손이 늘어나면서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추가될 수밖에 상황이 된 것이다.
시카고 시 문화국 공공에술 프로그램 큐레이터 나단 메이슨은 “공공예술 작품의 유지보수 년 예산 15만불을 집행하지만 적은 크기의 브론즈 소재 작품 청소하는 데만 3만불이 소요되기 때문에 넉넉하지 않다”며 “시카고시의 랜드 마크가 늘어날수록 고민”이라고 웃었다.
여름철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크라운 분수’도 신기술을 이용한 작품이라 한번 문제가 생기면 보수하기 어렵고 ‘클라우드 게이트(일명 콩)’도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소요하고 있어 공공예술 작품의 유지보지 비용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시카고 시는 부족한 유지보수 예산은 민간 기업체에서 충당하고 있다./시카고=배문숙 기자 moons@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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