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원 홍성공업고 교사 |
올해에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공업계 고등학교 컴퓨터응용기계과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인문계 고등학교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학교생활을 하는 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자꾸만 깊어가는 주체할 수 없는 사랑, 그 하나만으로도 약간의 불협화음은 존재하게 마련일 것이다.
새벽부터 부스스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책과 씨름하고 있는 아이들과 어쩔 수 없이 진도를 나가야 하는 나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드디어 시작되었다.
“정만아, 졸지 마라.”
“병운아, 일어나라.”
하고 머리를 툭 치고 깨워 놓으면 금방 다시 엎어지는 아이들.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밝은 얼굴로 수업하고 나오자고 다짐하지만, 끝나는 종소리가 나면 나도 모르게 그 소리가 해방의 종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의 졸린 눈에 생기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번 고민을 하고, 가르치는 과목이 국어이니만큼 교과서에 나오는 단원인 ‘봄·봄’이라는 동영상도 보여주며 갖가지 놀이학습으로 교실은 어느새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나의 이런 처절한 몸부림에 조금씩 살아나는 아이들. 하지만 살아나는 아이들이 많을수록 나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심지어는 금방 쉬어버리는 나의 목소리만을 느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육청에 볼일이 있어 출장을 가기 위해 현관을 나가려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광경. 가방을 짊어지고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는 정만이와 병운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참지 못할 분노에 휩싸여 출장 가는 것도 잊은 채 교실로 올라가 아이들을 심하게 혼냈다. 하지만 그 사건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날 밤 잠을 자는데 아이들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어나 일상이 되어버린 컴퓨터를 켰다. e-mail을 열어보는 순간 나는 놀라움과 감격에 휩싸여 버렸다.
“선생님, 오늘 하루 힘드셨죠? 너무너무 죄송해요. 앞으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속 썩이지 않을게요.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께서 제일 사랑하는 정만이와 병운이 올림.”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는 웃음이 번지고, 그 동안의 녀석들에 대한 미움과 실망이 어느새 사랑과 믿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 나는 너희들을 통해 희망의 빛을 본단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너희들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할 줄 알며, 그것을 뉘우치고 조금씩 세상을 배워가는 모습에 나는 비로소 가르침의 소중함을 느낀단다. 먼 훗날 나도 못 알아볼 정도로 훌쩍 커 있을 너희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부단한 사랑 연습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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