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일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CNI 사업단장 |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오바마의 다인종, 다문화적인 성장 배경과 글로벌한 협력을 통한 안정과 평화의 추구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비단 미 대통령 선거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과학기술계에서도 글로벌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1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가동한 세계 최대의 입자 가속기인 거대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ㆍLHC)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북미, 유럽,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들이 참여하여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핵융합, 천문, 항공, 우주, 메디컬, 나노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도 글로벌 연구 환경을 바탕으로 한 국가 간 공동 시험과 연구 개발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구 온난화 연구와 같이 한 나라의 연구 능력이나 인력만으로 실험이나 연구가 불가능한 전 세계적 당면 과제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글로벌 연구 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국가의 많은 연구 기관과 대학교들이 공동 연구를 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고성능의 글로벌 연구 전용 네트워크이다.
연구를 위한 네트워크, 이른바 연구망은 연구자들의 협업 연구에 필요한 성능과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즉, 연구망은 웹 브라우징, 이메일 등의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뿐만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를 위하여 10Gbps급 이상의 높은 대역폭, 혼잡 없는 고품질 망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기초 및 첨단 응용 과학기술의 연구와 개발을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약 100여 개의 국가 연구망이 운영 중이다.
이들 국가 연구망을 연계해서 글로벌 협업 연구망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미국, 유럽 및 아시아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러시아·캐나다·네덜란드·미국·북유럽 5개국 등 세계 11개국을 잇는 국제 과학기술 협업 연구망인 ‘글로리아드(GLORIAD)’가 2005년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과학 기술을 위한 정보의 고속도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그동안 국가간 혹은 대륙간 연결은 있었지만 지구 전체가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된 것은 글로리아드가 처음이다.
11개국이 연결되었지만 한 나라의 국가연구망이 다른 연구망들과 연결되므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연구기관들과 협업 활동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글로리아드를 기반으로 그동안 중국·일본·프랑스 등 개별 국가와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각종 연구개발 정보를 교환하던 수준에서 세계적인 연구개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글로리아드는 기존 국제 연구망의 속도 및 용량을 10∼80배 개선한 10Gbps의 용량으로 국내와 세계를 연결하여, 국제 수준의 연구개발 국제협업 환경을 조성한다.
선진 8개국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핵융합 실험로 구축사업’과 같은 세계적 초대형 첨단 과제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미래의 글로벌 과학기술 네트워크의 연구 개발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과학기술재단인 NSF에서는 지니(GENI)라는 미래 인터넷 기술 개발에 2013년까지 약 1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니의 “G”는 바로 “글로벌”을 뜻하고 있다. 지니가 구축되고 미래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전 세계의 과학기술자들도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연구 분야별 전용 가상 네트워크가 바로 그 혜택으로, 이 가상 환경의 물리적인 망 인프라인 글로리아드가 최근 각광받고 있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글로벌한 과학기술 연구 환경 구축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글로리아드와 같은 新 실크로드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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