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근 한남대 미술대학 교수 |
대전시립미술관의 2008년 전시일정을 보면 지역의 주요 공모전을 겨울로 돌릴 만큼 중요할 것 같지 않은 외국회사의 기획이나 외국작가 순회전을 3건이나 유치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획전은 8건이나 되지만 연례행사이거나 미술관 자체행사의 성격을 갖는 것뿐이어서 개관 10주년의 핵심전시는 ‘이종수전’과 ‘대전미술하나전’ 2건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이종수전’은 존경받는 대전의 원로작가의 전시라는 것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끌어내지 못하였다. ‘이종수전’이 신선미가 떨어진 것은 이미 1년 전 이 지역에 있는 사설미술관에서 했던 전시인데다 그때의 전시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접근도 없었고 오히려 전시규모와 공간연출, 그리고 팸플렛 제작 등이 관람객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실제적인 핵심 기획전은 시립미술관의 프랑스 코드에 구색을 맞춘 ‘세브르도자기 특별전’인 셈인데, 이는 분명 별도의 기획이 필요 없는 순회전이었을 뿐이다. 동시에 열린 ‘이종수전’은 지역작가를 달래기 위한 끼워 넣기 전시였다는 느낌을 전시를 관람한 지역민이라면 누구라도 감지했을 것이다. 공간의 배정과 전시연출에서 그랬고 전시비용면에서도 대표적 지역작가를 홀대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종수 선생은 순수예술적인 도자세계를 추구한, 토속적이고 서민적인 미적 정서를 탐구해온 작가이고 ‘세브르도자기전’은 프랑스 왕실의 생활도자기를 생산한 제작소의 작품을 전시한 만큼 비교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굳이 도자분야를 개관 10주년의 중요전시로 기획했다면 도자분야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토대로 준비되어야 했을 것이다.
혹시 평판 높은 지역작가의 작품과 프랑스 도자제작소의 유명세에 의존하면 대전시립미술관의 평판도 함께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안이한 전시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외국작품을 초청한다면 이종수 선생의 작품과 비교의 기준이 유사한 작가들을 선정하는 것이 선생의 작품세계를 더 돋보이게 하고 전시의 가치도 더 높아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랜 도자문화 역사를 지녀온 중국, 일본 등 동양문화권 3국의 유명작가와 이종수전을 비교해보는 전시가 대전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을 위한 더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을까?
프랑스가 이제는 세계미술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은 미술계가 다 아는 일인데 언제까지 프랑스에 관련한 것이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시민의 세금을 쏟아 부어야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역미술의 발전에 당연히 기여해야하며 일반시민들에게 미술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전미술계에 대한 진솔한 애정을 가지고 미술기획에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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