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나고 자라 향토기업 계룡건설을 창업해 40년 일궈온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극복 노하우를 들려줬다.
▲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
1970년 계룡건설을 창업해 경영에 매진하다 58세란 늦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 13대와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회장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사채를 사용해서 되겠느냐는 생각에 그동안 건설 회사를 하면서 불가피하게 사용하던 사채를 모두 없앴다”고 회고했다.
사채를 없앤다는 원칙을 세운 이 회장은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처분하며 회사 운영을 축소하고 회사 잔고와 은행잔고를 일치시키는 등 내실 경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는 금융실명제 실시 전이라 다른 사람 명의를 도용한 부정부패와 투명하지 못한 금융거래들이 비일비재할 때 사채를 없애고 정확한 장부 기재는 파격이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인데 그는 “회사가 규모를 줄이는 작업이었지만 그 결과로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회사가 안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15대 국회의원시절 IMF 외환위기를 맞은 이 회장은 “야당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칫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1996년부터 은행 빚을 없애고 무차입 경영을 시작했다”며 “회사 자산을 줄여가며 은행 빚을 갚고 현금을 보유한 덕분에 이듬해 외환위기에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대량실직 사태로 불안해하는 직원 가족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감원과 감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일화를 소개한 그는 “직원 개인은 물론 그 수입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을 안심시킨 후 철저한 경비 절감을 위해 ‘짠경영’을 했다”고 들려줬다.
줄도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청업자들에게도 편지를 보내 어음을 현금으로 교환해줘 부도를 막았다는 이 회장은 “평생 기업을 하며 회사의 흥망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더한 경제 위기가 찾아와도 걱정 없다”고 자신했다.
전 세계가 고유가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원유수입은 25%가량 줄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늘고 있어 한심하다고 지적한 이 회장은 “장롱 속 패물까지 꺼내 IMF 위기를 극복했던 주부들이 다시 한번 나서 500조원인 가계대출을 줄이고 과소비를 없애는 등 가정 경제를 바로세우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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