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그간의 식상함에서 탈피하여 ‘클래식 음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작가의 음악적 지식과 소설적 상상력으로 완벽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음악계의 콤플렉스로만 전해지던 ‘9번 교향곡의 저주’와, 스케치 악보로 남아 다른 음악가의 손에 의해 1악장만이 재구성된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특히 베토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음악계의 숨은 에피소드를 작품 속에 잘 버무려,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스페인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한 이 작품은, 전 세계 10여 개국에 저작권이 판매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에는 〈10번 교향곡〉 CD가 들어 있어(초판 한정본에 한함), 그 곡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이 책의 원저자인 조셉 젤리네크는 본명이 아니라 ‘조셉 젤리네크’는 18세기 실존했던 음악가의 이름으로 빈에서 벌어진 유명한 음악경연대회에서 베토벤에게 참패한 뛰어난 피아니스트 이름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그 음악가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며, 실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 그리고 베토벤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 활동하면서 베토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재구성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1844년 한때 베토벤의 비서이기도 했던 신들러(Schindler)가 베토벤이 끝내지 못한 10번째 교향곡의 스케치들이 있다고 주장한 이래로 거기에 관련된 실마리들이 많이 발견되었으나 흥미와 추측만 더할 뿐이었다. 베토벤이 그의 친구 K.홀츠에게 10번 교향곡의 1악장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준 사실이 있어, 그가 10번 교향곡을 작곡한 것은 확실하였으나, 원본이 분실되어 연구대상이 되어 오다가 1983년 스코틀랜드의 음악 이론가인 배리 쿠퍼(Barry Cooper)가 베를린의 국립 프러시아 문화재단 도서관에서 조그만 노트에 군데군데 빠져 있는 미완성 교향곡의 악보를 발견하게 된다. 악보는 약 8,000페이지 정도의 파일로 순서도 엉망으로 보관되어 있었고, 베토벤만이 알아 볼 수 있는 기호라든가 글로 표시되어 있어 음악화 하기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5년간의 피나는 재구성 작업 끝에 완성하였다.
이 작품은 1988년 10월 18일 런던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런던에서 초연되었으며, 초연의 지휘를 맡은 발터 벨러는 “베토벤 후기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이 풍기는 전형적인 베토벤곡”이라고 평하고, 특히 이 곡이 베토벤의 교향곡에 흔치 않은 6/8박자를 사용한 점은 음악사적으로 연구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곡의 제시부는 E flat장조 안단테 2/4박자로 되어 아름답고 유연하며, 중반은 강렬하나 웅장함에 있어서는 교향곡 제9번보다는 덜하다. 한국에서는 1989년에 초연되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 제10번 교향곡을 완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제9번 교향곡의 성공에 힘입어 제 10번 교향곡을 완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의 내용중 베토벤이 남긴 몇 개의 스케치 악보로 제 10번 교향곡의 1악장을 구성한다는 내용 역시 허구는 아니다.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 1악장을 녹음한 음반이 시중에 나와 있으니 말이다.
베토벤이 메테르니히 오스트리아 총리 수하의 경찰들에게 감시를 받았다는 내용도 사실이다. 베토벤은 당시 오스트리아 정치제도와 황제를 혹독하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시작한다.
스페인의 마드리드, 카를로스 4세 대학의 음악과 교수인 다니엘은 베토벤을 연구하는 음악 이론가이자 전문가로 베토벤에 대한 책을 집필중이다. 그는 학과장 두란 대신 백만장자 마라뇬의 저택에서 열리는 비밀 콘서트에 참석하게 된다. 그 날 밤, 그 저택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존재한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로널드 토마스라는 저명한 음악가가 부분적으로 발견된 악보들을 모아 완성시켜 처음으로 비밀리에 발표하는 자리였다.
10번 교향곡은 200년간 침묵에 묻혀 있었고, 그 악보가 베토벤의 자필 악보일 경우 그 가치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치솟을 수도 있었다. 때문에 학과장 대신 참석하기는 했지만 다니엘은 사뭇 설레는 마음으로 그 연주회에 참석해 연주를 듣는다. 그런데 그가 들은 곡은 로널드 토마스가 완성한 게 아니라, 바로 베토벤 자체의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곡이었다. 그는 로널드 토마스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 악보를 찾아내 수중에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그는 연주회가 끝난 후 로널드 토마스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만 로널드 토마스는 전화를 받고 급히 연주회장을 떠난다. 그리고는 다음 날 목이 잘려나간 로널드 토마스의 시신이 마드리드의 공원에서 발견된다. 시신은 목이 잘려진 채 발견되었으며, 머리는 며칠 후 그곳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그 머리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머리카락을 검사해본 결과 그 문신은 음계가 그려진 ‘황제’의 악보였다. 다니엘과 경찰, 그리고 10번 교향곡을 탐내는 자들의 두뇌 싸움이 시작된다.
이제 재미있는 소설 책 한 권으로 지긋지긋한 10월을 떨쳐 버리고 힘찬 11월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