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과거는 그렇다고 치고, 강좌의 기초이론이라 할 만한 정치커뮤니케이션과 정치선전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필연적으로 나치와 괴벨스의 선전활동과 미국의 행정학파 이론과 루스벨트의 미디어정책들을 다루게 되었는데, 우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2차 세계대전 당시 1930년대의 정치선전 전략과 기법들이 2008년 한국사회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다. 나치의 선전활동과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한 EBS의 <지식채널 e> ‘괴벨스의 입‘편은 아주 좋은 시청각자료였다. ’괴벨스의 입‘은 라디오를 뜻한다. 당시 대중매체의 등장과 효과에 놀라워 한 민중들이 붙인 이름. 이 프로그램은 나치의 탁월한 선전 장관이었던 괴벨스가 라디오와 TV등 미디어를 선전 매체로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1930년대 전체주의자의 모습이 KBS와 YTN을 장악하고 있는 현 정부와 오버랩 된다.
높은 분들께도 감지되었는지, 이 지식채널의 제작자인 김진혁 PD는 이 프로그램 제작 이후 어린이부서로 좌천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한술 더 떠서 루즈벨트의 ‘노변정담’을 흉내된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라디오방송까지 시도했다. 지금이 도대체 몇 년도인가? 디지털 융합과 전자민주주의, 사이버성찰성이 논의되는 이 시대에 정부는 권위주의적 언론관으로 무장하고 1930년대식 선전활동과 1980년대 전두환 정권식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
우리 수업자료로 사용되는 여러 자료 중에는 YTN의 <돌발영상>도 단골메뉴다. 예를 들면 정치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며, 관리되는지, 정치의 외면과 내면 본질을 공부하기 위한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돌발영상>은 마치 신문에서 다루었던 취재낙수처럼 뉴스보도에서 다루지 못한 국회의 에피소드나 정치인, 사회적 이슈의 장면들을 재치있게 편집한 짧지만 여운이 남는 프로그램이다. 재기발랄한 풍자와 참신한 문제의식, 적절한 자막과 말풍선 등의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금기와 성역을 넘어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왔다. 때문에 그 주인공인 정치인들은 <돌발영상>이 불편하겠지만 한편으로 <돌발영상>은 권위적인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지난 대선 허경영 후보의 돌풍을 되짚어보라. 자기과시와 과장, 자신감이 일반적인 도를 넘는 그였지만, 미디어에 노출된 그의 면모는 많은 유권자에게 웃음을 주었고 그는 의외로 선전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정말 괜찮은 프로그램 두 개가 된서리를 맞았다. 정확히 말하면 본격적인 언론탄압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10월 7일부터 <돌발영상>이 불방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돌발영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더니 급기야는 <돌발영상>의 제작자들을 정직, 해직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는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등 간판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진보적 성향의 MC는 교체하고, YTN은 재허가 불허를 운운하며 사장시키려 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에 대한 탄압을 위해 한국방송광고공사를 없애려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탄압은 이미 상당히 높아진 시청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무시하는 처사다. 유권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조속히 YTN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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