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우]세대차를 푸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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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우]세대차를 푸는 열쇠

[시론]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 승인 2008-11-05 00:00
  • 신문게재 2008-11-06 21면
  • 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 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 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중년에 들어선 아버지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일과 사회생활을 우선하다보니 가정에 소홀한 점이 없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일’을 핑계로 가족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는 자성을 거듭하며, 몇 번을 벼른 끝에 대학을 다니는 아들과 산행을 약속했다. 그러고 보니 성년이 되기까지 딱히 아버지로서 ‘하고 싶은 말’을 건넨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산행 전날, ‘아들에게 살아가면서 지침이 될 만한 말을 해 주리라’ 다짐을 하면서 유난히 맘이 설렜다.

다음 날 듬직한 아들을 앞세우고 근교 산행에 나섰다. 시야가 탁 트인 중간 지점에서 잠시 쉬게 되었을 때, 비로소 말을 건네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짓 분위기를 잡고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생각해온 인생의 지침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차분하게 듣고 있던 아들이 말을 끊었다. “아버지, 이런데 와서도 너무 진지하시네요?” 말끄러미 마주친 맑은 눈망울과 빙그레 웃음 짓는 아들의 천진한 얼굴, 그렇게 말씀 안하셔도 ‘다 알고 있다’는 이심전심의 미소 앞에 나도 미소로 화답하며 벼르고 별렀던 부권(父權)의 의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산을 내려오는 내내 논어의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내가 살아온 시대와 아들이 사는 시대가 엄연히 다르다고 느끼면서도 여전히 난 내 잣대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들은 ‘락지자’의 경지를 살고 있는데 난 저만치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새겨보았다. 그러면서 ‘일’을 앞세우며 살고 있는 아버지 세대를 아들은 어떤 가치관으로 바라보고 있을까가 궁금했다.

 20세기에 급격한 사회적 변동을 겪은 우리나라는 세대 차이(Generation Gap)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이후 60여 년 동안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급속하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변모되었으며,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소비와 개인, 탈권위 지향적인 특성이 강화되면서 세대별 가치관의 변화와 부적응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전통과 변화된 가치가 혼재된 산업사회 부모세대와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정보사회 자녀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현격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부(姑婦), 부부, 자녀 간에 다양한 갈등 양상이 파생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자 해도 개인으로서는 어떻게 할지를 몰라 막막한 경우가 많다. 예전 대가족에서는 집안 어른들의 지혜를 빌려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지혜의 전달체계가 무너졌고 핵가족에서의 가정교육이 이를 제대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공교육 차원에서 체계적인 사회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부부나 자녀교육, 가족생활에 대한 교육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가족 간에 우애와 화목을 유지하라’는 결혼식 주례사가 전부일 거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동안 우리의 사회교육프로그램은 취약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일은 시대의 과제다. 그 과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와 사회 원로 등이 참여해 육아, 자녀교육, 미풍양속 등 가족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민단체와 민간교육기관, 주민자치센터, 복지관, 평생교육센터 등을 활용해 모든 시민이 세대별로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전시에서는 세대 간 갈등을 극복해 21세기의 패러다임에 맞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을 되살리고 삶의 여유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회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무너져가는 원로의식을 바로세우고, 사회 원로들의 일자리 창출과 노후 자원봉사의 기회를 확대하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세대차에서 오는 이질적인 간극을 좁혀 21세기의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세대간의 노력에 달려 있다. 세대간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20~30대의 진취적 자세와 개방적인 면과 50~60대의 많은 경험과 삶의 경륜을 서로에게 전하고 배운다면 사회발전의 훌륭한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가정 내에서부터 부모님, 혹은 할아버지·할머니와 마음 속에 있는 대화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아들과의 산행이 던져준 깨달음은 내가 무엇을 주겠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아들의 눈높이에서 변화를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호혜적인 소통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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