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심심타파' 전주의 즐거운 변신이 시작됐다

[기획]'심심타파' 전주의 즐거운 변신이 시작됐다

<창조도시 대전 공공예술 만들기>

  • 승인 2008-11-05 00:00
  • 신문게재 2008-11-06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글 싣는 순서]
 1. 총괄 및 국내 공공예술 사례 및 현황소개 (전주를 중심으로)
 2. 해외사례-공공예술의 과거에서 미래까지, 시카고를 만나다. (상)
 3. 해외사례-공공예술의 과거에서 미래까지, 시카고를 만나다. (하)
 4. 공공예술이 있는 창도도시 대전 만들기-지역 전문가 간담회
 
▲ 김병수 대표
▲ 김병수 대표
 최근 들어 각 도시마다 ‘문화도시’, ‘창조도시’, ‘행복도시’, ‘명품도시’ 등의 수식어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수식어의 홍수 속에 해당 지역민들의 체감온도는 얼마나 될까. 공공예술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된다. 예술의 주체가 공공의, 공공을 위한, 공공에 의한 작업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을 자원자들로 이끌어 내고 예술가들도 기금에 의존하지 않고 해당 지역사회에 봉사의 개념으로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진정한 공공예술이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시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 안양공공예술재단 등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벗어나 지방전주에서 공공예술의 모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본보는 국내 사례와 시카고로 대표되는 미국의 예를 들어 대전의 도시 방향을 찾아봤다.<편집자 주>
 
 
 # 전주 공공예술집단, 공공작업소 심심
 ▲구도심을 공공예술로 새 단장(동문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

 시민과 전문가, 행정의 협력을 통한 구도심 공간이 새로운 옷을 입었다.

 공공예술집단 ‘공공작업소 심심(이하 심심)’은 지난 2006년 ‘동문(東門) 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이 생활공간 문화적 개선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디자인 전문가 협의체 구성과 주민 추진단 등을 구성, 동문거리 디자인 계획에 착수했다.

 전주 동문거리는 전주 한옥마을과 경계지역에 자리 잡은 상업가. 최근 전통 트렌드를 중심으로 개발이 촉진되는 한옥마을의 흐름을 도심 전체에 파급시켜 나갈 최적 장소로 뽑히고 있다.

 하지만 동문거리에는 총 244곳 점포 가운데 빈 점포가 61개로 공실률 25%에 해당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었다. 빈 점포의 폐 간판은 거리 가로 경관을 어지럽히고 해치는 장애물로 남아있다.

 ‘심심’은 동문거리 내 기존 시설물인 폐 간판을 활용, 개성있는 가로 경관 공간을 조성했다. 거리의 유휴지를 가로 특정을 설정해 경계화한 휴식 공간과 녹지 공간으로 확보했다. 또 거리의 교차지점에 가로 연계 흐름 디자인으로서 게이트화 랜드 마크 기능을 부여했으며 200만원 엑스테이어(Exterior)제를 활용한 거리 내 건물외관을 바꾸어 특색있는 경관을 연출했다. 작가 스튜디오와 작업 공간을 매개시켜 줄 빈 점포 갤러리를 운영, 지역 작가들의 활동 기회를 넓혀줬다.

 작업은 2차례 공청회와 3차례 주민 간담회 등 구성원들의 여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업 이후 주민 설명회를 거쳐 현재는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문 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동문거리 디자인 사업이후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앞으로 이런 사업들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심 김병수 대표는 “동문 거리가 활력을 되찾는 이유는 주민 참여 커뮤니티 방안을 연계해 지역 작가 및 전문가(도시, 건축, 행정가, 시민단체) 들이 하나가 돼 이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노후된 건물과 도시 시설은 새로운 공간 환경으로 재생돼 도심의 경쟁력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찾아온 재래시장의 봄날
 재래시장을 살리는 실험이 시작됐다. ‘심심’이 전주시 전동 남부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재래시장 기능 변화를 통한 개발모델 구축사업’이다. 1905년 문을 연 남부시장은 ‘남문 밖에 서는 장’이라는 뜻의 ‘남밖장’으로 일컫던, 호남에서 손꼽힌 큰 장터로 90년대 중반까지도 호황을 누렸으나 지금은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심’은 남부시장 살리기의 첫 사업으로 ‘하늘정원(사진) 만들기’를 벌였다. 한국토지공사 지원으로 만들어진 ‘하늘정원’은 ‘심심’이 문화공연, 교육, 휴식 등의 목적으로 상가건물 옥상에 만든 복합공간이다. 원목으로 만든 데크와 돌길이 있고, 정원 한 쪽에는 벽돌을 쌓아 만든 하늘색 예쁜 담이 아담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시장 옥상에 있지만 ‘하늘정원’은 시장과는 딴판인 공간이다. 담을 허물고 만든 데크에서 완산칠봉과 전주천을 바라보노라면 펜션 옥상이나 노천 카페에 와 있는 듯하다. 고개를 숙이고 왁자한 시장통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심심’이 ‘하늘정원’을 만든 이유는 ‘재래시장 기능변화’를 위해서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발자국’ 수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어떻게? 정부는 2004년 ‘재래시장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전국 시장에 주차장, 진입로, 화장실 등 시설 개선을 지원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심심’은 기존의 시장을 쓸어버리고 대형 마트와 비슷한 상가를 짓는 전면 개발의 경우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추진이 힘들 뿐 아니라 재개발하더라도 대형 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심심’은 남부시장을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보기로 했다. 그 시작이 ‘하늘정원 만들기’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남부시장 번영회에서 도움을 줬지만 상인들 설득이 어려웠다. 예전에 장사터로 쓰던 옥상에 정원을 꾸미는 게시장을 살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5~6월 두 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었고 상인들을 만날 때마다 ‘하늘정원’의 의미를 알렸다. 작업은 한 달 가량 늦춰져 결국 공사는 비가 잦은 8월에야 시작될 수가 있었다. 9월7일 ‘하늘정원’이 문을 열었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여전했다.

 ‘하늘정원’의 조망권을 통해 산과 전주천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인 ‘심심’은 그때부터 문화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모았다. 전주청소년 문화예술교육단이 결합했고,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판 프로젝트-네 꿈을 펼쳐라’와 ‘다락방’이 진행됐고, ‘장도 보고 굿도 보고 콩쥐팥쥐전’ 등 예술 공연도 펼쳐졌다.

 상인들은 예술 공연보다 학생들이 북적대자 마음을 조금씩 열였다. 처음 시장통을 휘젓고 다니는 학생들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호통치던 이들이 차츰 바뀌어갔다. 상인들은 학생들에게 지나온 삶을 얘기해줬고, 음반을 만든다고 하자 마이크에 대고 노래까지 불렀다. 학생들도 장을 보고 국밥을 먹으며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불결하다는 생각을 떨치고 재래시장이 가진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심심’은 올해부터 2차 프로젝트인 ‘남부시장 리폼’ 사업에 들어갔다. 공공미술의 관점에서 시장을 확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하늘정원’을 좀더 규모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며 시민은 물론 문화예술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창조도시를 꿈꾸는 대전도 전주의 사례를 통해 발전적 방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배문숙기자moons@
 
 △공공예술은 무엇인가?
 공공 장소에 놓은 예술작품에서 시작한 공공예술은 정책가, 연구자, 비평가들의 각자 이론과 필요, 비평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된다. 하지만 현재는 예술가 개인, 개별 작업 중심에서 벗어나 삶의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 나가는 사회적 작업이며 해당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예술 작업의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단순한 설치물과 참여 프로그램을 뛰어 넘어 지역 사회의 소통과 활성화, 생활환경의 개선 및 지속가능한 개발, 지역민의 문화적 감수성 및 삶의 질 향상 등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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