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1.5m에 높이 2m를 상회하는 이 표지석은 평평한 면에 한밭도서관이란 글씨가 새겨져 도서관 정문 오른쪽 숲에 우뚝 서 있다.
특히 울퉁불퉁한 돌 뒷면에는 어른 주먹 크기의 성혈(구멍) 여섯 개가 눈에 띈다.
‘고여 놓은 돌’이란 뜻의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무덤으로 지석묘(支石墓)라고도 하는데 일반인보다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무덤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에는 시기념물 3호로 지정된 내동리고인돌을 비롯해 현재 60여개 고인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밭도서관 표지석이 고인돌인 것을 처음 발견한 양승률 대전향토사료관 학예연구사는 “향토사료관이 한밭도서관 별관에 위치해 있다보니 도서관을 지나다 지난 2005년 우연히 표지석이 고인돌 덮개석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표지석이 고인돌임을 확신한 양 씨는 20년 전 한밭도서관 개관 당시 이 돌을 표지석으로 사용한 업자를 수소문한 결과 중구 안영동에서 옮겨온 것을 알아냈다.
양 씨는 “이 돌이 고인돌인 것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넓고 평평한 돌이 글씨를 새기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나마 ‘한밭도서관’이라고 새겨 놓은 것 말고는 훼손된 게 없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고인돌 뒷면에 여섯 군데 확인되는 구멍은 별자리표시라는 게 양 씨의 주장인데 외부로 드러나는 6곳 외에 땅에 박힌 부분에 한 개가 더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그는 “성혈들을 이어보면 북두칠성으로 이는 선사인들의 천체관을 보여주는 사료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고인돌에서는 종종 덮개돌에 새겨진 북두칠성과 남두육성, 북쪽왕관자리 등의 별자리 홈이 발견되는데 가까운 충북 청원군 아득이 마을 고인돌 주변에서 출토된 돌판에서도 여러 별자리 구멍이 확인되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도서관 표지석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며 아득한 선사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묘한 아이러니가 든다”며 “북두칠성 별자리가 새겨진 한밭도서관 고인돌은 소중한 보물로 지금이라도 해설을 곁들인 입간판을 만들어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한밭도서관 관계자는 “표지석은 1989년 도서관 개관 당시 세워진 것으로 잘 다듬어진 자연석 정도로 알았지 고인돌이라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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