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 기대승(高峯 奇大升)’ 선생의 시를 전서체로 써내 대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어린시절 얻은 장애가 삶의 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준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그가 서예를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
세상의 편견을 받는 장애를 갖고도 25세의 나이로 첫 시집을 발간할 만큼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시집 발간 후 장애보다 더 큰 짐을 떠안았다.
박재홍 작가는 “시는 작가가 자신의 심연에 빠져들어 진리를 끌어내는 과정과 같다”며 “시집을 발표하고 나니 말문이 막히고 글쓰는 일이 두렵기 시작했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운좋게 석헌 임재우 선생을 만나 서예를 배우게 되면서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박 작가는“서예를 하기 위해서는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학문과 고전에 대한 해박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데 석헌 선생님을 만나 글을 익히면서 학문의 깊이와 사물을 보는 눈이 깊어져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는 이후 장애인 복지 향상은 물론 활발한 문화 활동을 펼쳐나갔다. 현재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장애인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 영업장소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채택돼 한빛갤러리를 운영하며 장애인 예술가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시인이라고 믿는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이 편견없이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한다.
박재홍 작가는 “상처가 있는 사람은 삶을 관조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겨내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며 “장애라는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이 삶에 대한 의지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박재홍 작가는 “생활비도 전해주지 못하면서 이런 저런 공모전에 참가하고 책을 출간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하는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다”며 수상의 기쁨을 아내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제 18회 대한민국 장애인미술대전 입상 작품 전시는 25일 부터 6일동안 창원성산아트홀과 오는 12월 9일부터 과천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잇따라 개최된다./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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