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
역사적으로 긴 세월동안 충청도는 그러하지 아니했다. 백제시대, 고려시대, 조선조시대의 2,000년에 걸쳐 충청도는 충절의 고향, 나라중심사상의 고장, 선비와 양반의 고향으로 추대받아왔다.
어찌된 영문인지 현대사 백여년에 충청도는 너무 많이 속아왔고 크게 속을때마다 참아왔다. 이것이 자랑일지 수모일지는 나도 가늠하기 힘들다. 이성과 감정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드라마 작가들도 멍청한 하인이나 식모의 대사는 거의 느린 충청도 사투리로 등장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근세에 충청도가 크게 속고 넘어간 예를 몇 가지 적어본다. 한강의 기적이 시작되던 개발시대에 박정희 대통령은 수도 서울시의 연두방문자리에서 폭탄발언을 한 일이 있다. “수도를 대전으로 이전하겠다.”는 ‘대전천도’ 구상이었다. 당시 북한은 미사일을 실용배치하고 있을 때이고 그 미사일은 서울은 물론 수원, 천안까지 사정거리 내에 두고 있을때였다. 분명히 이 폭탄 선언은 국가안보를 걱정한 구상에서 나온 것이다. 천도에 대비한 구체적인 작업이 극비리에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었다.
대전 일원에서는 대환영을 하고 인심은 크게 부풀어 있었다. 대전 주변의 땅값이 하루사이에 몇배씩 오르고 있었다. 서울의 돈 많은 투기꾼들이 대거 내려와서 달라는 대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1년도 못가서 대전천도 보류설이 새어나왔다. 한반도 안보를 담보하고 있던 미군이 북한보다 우월한 미사일을 대거 도입하면서 천도 보류를 종용했다는 설이다. 그 당시 미군 수개 사단이 서울 북방의 최전선에 배치되어있는 상태이고 수만명의 미국 민간인이 서울에 살고 있었고, 만일 천도를 하게 되면 전방에 배치된 미군과 한국군의 사기저하는 물론 엄청난 새로운 부대배치와 작전개념의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천도설 하나만 가지고 수도사수(死守)의 작전개념은 물거품이 되고 말것을 염려에 둔 건의가 아니었나?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하간 대전천도 보류 발표가 있은 직후 대전은 인심이 쑥대밭이 되었다. 투기에 놀아난 많은 시민이 패가망신은 물론 여기저기서 자살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대전 천도설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또 한번 겪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이 대전천도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충청도는 대환영했고, 충청도에서는 씨가 잘먹히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수직상승하여 무난히 당선을 시킨 것이다.
그런데 천도가 위헌시비에 휘말리고, 수도이전이 행정수도 이전으로 성격이 바뀌고, 또 다시 행정복합신도시 건설로 변질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12개 부, 4개 처, 2개 청이 행복시에 온다고 했는데 그 이전 기관의 이전계획을 공표하기를 질질 끌고 있다. 충청도는 또 속고 있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행복도시 성격도 변질될 것 아니냐고?
지난 40년 간 “말을 낳으면 제주도,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란 말이 통하는 시대가 열렸다.(지금도 더하면 더했지) 사람도, 기업도, 기관도, 학교도, 사기꾼도 서울에 운집하게 되고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도시, 가장 숨이 막히는 도시로 변질되고 서울의 포화상태는 곧바로 경기도로 그 번창이 옮기게 되어 이때부터 수도권이란 명칭이 붙게 되었다.
약 20년 전에 이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발전방향을 조절하기 위하여 소위 수도권개발억제정책이 발표되었다. 이 것은 또한 대한민국 전 지방의 균형된 발전을 이끌기 위한 조치였다. 가장 혜택을 먼저 보는 지방은 충청도였다. 충청도에 많은 공장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2~3년전부터 이던가?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인가! 꽃도 피기 전에 싹둑싹둑 가지를 잘라버리는 놀부정치인가? 수도권 개발억제를 완전 취소한다. 수도권에 묶여있던 그린벨트도 개발 가능한 곳은 풀어준다. 수도권에 수억 평이나 묶어놓았던 군사보호지역도 풀어주고 그곳에 공장을 허가해주고 아파트를 증설하고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충청도를 비롯한 전국의 지방에서는 크게 반발했지만 지난 10월 30일에 정부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결정의 방망이를 두드리고 말았다.
충청도에 씌워진 ‘멍청도’는 이제부터는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이 멍청도의 갓을 써야 할 것인가? 불명예의 멍청도가 타지방까지 확산됐다고 해서 멍청한 충청도는 조금은 마음이 가시게 될 것인가? 아직도 멍청도의 미련은 조금 남아있다.
납득할 만하고 지방을 다스릴 수 있는 지방균형발전대책과 더불어 수도권 개발억제장치 전면 해제를 조절하는 밸브를 닫아주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멍청한 비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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