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광]원자력수소와 지구의 밝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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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광]원자력수소와 지구의 밝은 미래

[사이언스칼럼]배기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08-11-03 00:00
  • 신문게재 2008-11-04 21면
  • 배기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배기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배기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배기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지중해의 패권을 둘러싼 로마와 카르타고간 제2차 포에니 전쟁이 한창이던 기원전 213년, 카르타고와 동맹을 맺은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를 약 3만명의 로마군 4개 군단이 공격하던 때의 일이다.

이때 로마군은 한 사람의 과학자가 4개 군단과 맞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하게 된다. 로마군은 시라쿠사를 포위하고 해로와 육로로 동시에 공격을 감행하였다. 그러나 로마군은 그 당시 들어보지도 못한 첨단 무기를 사용하여 대항하는 시라쿠사를 쉽게 이길 수가 없었다.

로마군이 공격을 하면 시라쿠사는 병력으로 맞서지 않고, 제각기 용도가 다른 무기를 투입하여 방어하였다. 시라쿠사군이 사용하던 신무기는 그 힘이 대단하여 로마군이 공격을 계속하면 할수록 육지와 바다에서 인적피해와 물적 희생을 크게 만들었다.

결국 신무기로 인하여 1년을 허비한 로마군은 다음해 아르테미스 여신의 축제 기간에 야간기습을 하여, 시라쿠사를 이기게 된다.

축제기간 동안에 시라쿠사인은 술에 취해서 곤드라지는 습관을 이용한 것이다. 만약에, 로마가 축제기간을 이용하지 않고 무력으로 공격을 계속 했더라면, 시라쿠사를 이기지 못하였을 것이고 포에니 전쟁의 승패도 달라졌을 것이다.

막강의 로마군을 궁지에 몰아넣을 만큼 위력을 발휘했던 그 비밀병기는 무엇이었을까? 이 무기의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지만, 아르키메데스라는 과학자가 조국 시라쿠사를 위해 만든 무기로서 한 사람의 과학자가 로마라는 막강한 군대를 벌벌 떨게 만들 수도 있다고 입증한, 과학의 위대함과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세계적인 화두로 자리 잡은 지구의 환경문제와 에너지 고갈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로 우리나라도 원자력수소라는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다.

수소를 만드는 법은 많이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물을 분해하여 얻어야 한다. 즉 수소와 산소로 되어있는 물에 에너지를 넣어서 다시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것인데, 이용하는 에너지의 종류에 따라 만드는 법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원자력수소는 에너지원으로서는 대용량이면서, 연속적으로도 공급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의 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원자력수소 연구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10개국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제4세대 원자로 개발과 같이 진행되고 있다. 2020년 경 도래할 수소에너지 시대에 발 맞추어 대량으로 값 싼 수소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소규모의 실증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하여 세계 각국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약 30년 전 오일 쇼크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 원유값이 폭등하자 미국 DOE(Department of Energy)는 모든 에너지원의 확보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열화학적 방법에 의한 수소제조 방법은 이 중의 하나로서, 열과 화학반응을 포함한 다양한 순환 반응을 고려하여 검토되었다.

먼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열화학반응, 약 100가지에 대하여 심도 있는 분석 끝에 25개의 열화학반응으로 좁혔다. 선정된 25가지의 방법에 대하여 다시 검토한 결과 최종적으로 현재 원자력수소로 알려진 SI(황-요오드) 공정과 UT-3 공정을 최적 공정으로 선정하였는데, UT-3 공정은 2000년 초, 실현 가능성의 불확실성으로 제외되었다. 한편 일본의 원자력연구소에서는 약 20년 전 부터 대량 수소 제조법에 대한 기초 연구를 시작하여 각 방법의 실험 결과를 비교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SI 공정을 선택한 후, 본격적으로 원자력수소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제4세대 원자로의 연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원자로와 SI 공정을 연계한 원자력수소의 실증이 본궤도로 올라서게 되었다.

원자력수소의 개발은 역사가 약 30년으로 그간에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이론적인 면에서 탈피해 많은 원천 기술을 확보하였고 또한 소규모로 실증 중에 있다.

그러나 기술을 완성하여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묵묵히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이는 수소가 미래의 확실한 에너지원으로서 그 핵심기술 확보가 허황된 것이 아닌 실제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에너지가 고갈된다면 세계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에너지가 고갈 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에너지로 대체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모두가 희망을 갖고 전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능성이 있는 기술 개발로 세계 각국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지구는 하나’라는 표제에 부합되는 인류의 공동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종종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라는 격언을 망각할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 있으며 그것을 위하여 말 없이 도와주고 때를 기다려 주는 미덕도 필요할 것이다. 바늘허리에 실을 매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는 진리를 거듭 생각해야 한다. 원자력수소는 무수히 많은 연구개발 과제 중의 하나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어려움을 참고 밤을 낮 삼아 연구에 정진하고 있는 모든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지구의 밝은 미래는 함께 노력해야 얻을 수 있음을 우리 모두 마음깊이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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