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김감독이 오는 13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를 당장 코앞에 뒀지만 한국야구도 WBC 사령탑 문제를 길게 미룰 수는 없는 문제다. 라이벌 일본은 일찌감치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한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일본이 베이징올림픽 참패의 수모를 갚기 위해 덤벼들 태세다.
▲KS 우승 뒤에도 "다른 사람이 맡아야"…올림픽 金 김경문 감독 염두
일단 김감독은 KS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도 WBC 사령탑에 대해 다시금 고사 의견을 내비쳤다. 김감독은 지난 31일 우승 기자회견에서 "하라 감독과 대결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13일에 만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하라재팬'에 맞서 WBC 대표팀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뜻을 우회적으로 물은 말에 아시아시리즈에서 맞붙을 것이라며 짐짓 시치미를 뗀 것.
그 까닭을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사양 이유를 묻자 김감독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사람이 맡는 게 좋다"고만 답했다. PO 도중 밝힌 것처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딴 김경문 두산 감독을 우선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경문 "우승 감독이 해야"…KS 준우승 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PO 도중 "KS 우승 감독이 WBC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정상에 오르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가운데 대표팀을 맡을 경우 내년 시즌 소속팀에 끼칠 피해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3월 WBC에 대비하려면 스프링캠프 등 소속팀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시즌 뒤 대표팀의 11월 올림픽 아시아예선과 3월 최종예선 참가로 두산 훈련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또 8월 프로야구 휴식기에는 올림픽 본선 참가로 내내 중국에 있었다. 다른 감독들이 후반기를 대비한 것과 대조된다.
김경문 감독도 아쉽게 KS 우승을 놓친 뒤 대표팀에 대해 묻자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 얘기하고 싶다"고 손사래를 쳤다. 게다가 김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재계약이 유력하지만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면서 내년 시즌 정상에 재도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성근, 아시아시리즈 우승하면 유력…야구계 비주류 걸림돌
이런 가운데 누구보다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김성근 감독이 대표팀을 마다한다는 것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일단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도 1순위로 김경문 감독을 올려놓고 있는 가운데 한발 물러선 제스처로 풀이된다. 사양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도 속내를 알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김경문 감독이 계속 사양 의사를 밝히고 또 김성근 감독이 KS에 이어 일본시리즈 우승팀을 넘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하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KBO도 김경문 감독이 난색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김성근 감독의 대표팀 지휘봉은 쉽지 않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한국야구계의 대표적인 비주류인 까닭이다. 험난한 감독 선임과정을 넘을지 미지수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포스트시즌 내내 WBC 감독에 대해 일단 큰 틀에서 김경문 감독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정해진 것은 없다. KS가 끝나고 기술위원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KBO는 다음달 1일 열리는 8개 구단 감독회의에서 WBC 사령탑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노컷뉴스임종률 기자/중도일보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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