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제위기 상황과 먹거리 불신 등으로 길거리에서 커피 자판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30일 대전지역의 한 자판기 사업체에 운영이 어려워 회수한 대형 자판기들이 가득하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더욱이 멜라민 파동 등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에다 최근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커피를 뽑아먹는 여유조차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학생들조차 음료를 뽑아먹는 동전 몇 개도 호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 있다.
서구 삼천동에서 자판기 임대전문점을 운영하는 조인현(45)씨는 대형 자판기 50대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씨는 대전 시내에서 자판기 100대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유지비조차 나오지 않아 자판기를 하나둘씩 철수해 지금은 50대만 운영하고 있다.
기관이나 관공서 등에서 그나마 유지비가 나올 뿐 일반건물이나 길거리 자판기는 동전통에 먼지만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자판기를 창고에 보관하다 보니 함께 유통되는 캔 음료나 커피 분말도 그대로 창고에 쌓여 있다.
재고처리조차도 하기 어렵다.
조씨는 “자판기 커피 값이 오른 것도 아닌데 수금액은 점점 줄고 있다”라며 “경기가 워낙 침체돼 시민들 호주머니도 꽁꽁 얼었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대덕구 오정동에서 자판기 임대업을 하는 길기주(36)씨 역시 서구 도마동에 설치했던 커피 자판기를 철수했다.
물도 교체하고 청소하기 위해 자판기를 이틀에 한 번꼴로 점검하지만 수금되는 동전을 갈수록 줄어 건물주에게 내는 임대료조차 건질 수 없었다.
또 1kg 커피분말도 10%씩 가격이 올라 커피 값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시에 신고된 자판기는 지난해 말 2350개 였지만 지난달에는 2126대로 9% 정도 줄었다. 서구지역이 가장 많은 70여 대가 자취를 감췄다.
위생교육과 세금 문제로 미신고된 상태로 영업하던 기계까지 더하면 감소폭은 훨씬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커피자판기 한 임대업자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심에 서민들의 지갑은 이미 한겨울에 접어들었다”며 “대다수 자영업자가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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