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넌, 어디서 오는 길이니?”
종성은 소녀를 보자, 반갑기도 하고 신기한 느낌마저 들기도 해서 이렇게 다그쳐 묻고 있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나타난 소녀를 보자, 그는 가슴이 벅차오르고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빗물에 젖어 물초가 된 소녀는 문득 종성이 보기가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런 소녀는 예의 나물바구니를 옆에 낀 채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놓았다.
“지난번 고마웠어.”
소녀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겨우 열고 수줍은 듯이 얼굴을 조금 돌리고는 이렇게 말을 흘려내었다.
그는 저만큼 서있는 소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덥석 잡고서 나무 아래로 이끌어 보았다.
그런데 소녀의 손목을 잡아보니,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종성이 이끄는 대로 나무 아래로 따라갔다. 그리고 둘이는 나무둥치에 기댄 채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종성은 지난번 소녀가 어디서 무얼 하다가 갑자기 달려와 넘어지면서 상처를 입었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미뤄두고 물었다.
“넌, 몇 살 먹었니?”
빗발은 줄기차게 쫙-쫙 뿌려대고 있는데, 종성은 소녀와 마주서자, 구릿빛으로 그은 소녀의 동그스름한 얼굴과 연신 반짝거리는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열다섯 살 먹었어.”
소녀는 눈을 깜작거리며 또렷이 대답했다.
“그럼, 나보다 한 살 아래구나.”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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