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석빙고-냉장기술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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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석빙고-냉장기술의 뿌리

  • 승인 2008-10-28 00:00
  • 신문게재 2008-10-29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장
한겨울의 얼음을 보관했다가 쓰는 기술을 장빙이라 한다. 여름과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는 예부터 장빙기술이 크게 발달하였는데, 여러 지역에 석빙고 유적이 남아 있다.

석빙고의 구조는 한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입구가 좁고, 좁은 입구에서부터 점점 깊어지면서 널따란 방을 마련하였다.

천장은 아치형으로 기둥에 장대석이 걸쳐져 있고 장대석을 걸친 곳에는 밖으로 통하는 환기구멍이 나 있다. 바닥 한가운데는 배수로가 경사지게 나 있어 얼음 녹은 물이 밖으로 흘러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이러한 구조에 대한 과학연구 결과, 좁은 출입구는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환기구멍은 위쪽에 설치하여 습기 제거와 겨울철 찬바람의 냉기를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흙과 돌의 열전달률의 차이를 이용하여 환기효과를 극대화하였다. 바깥에는 띠풀로 덮어 태양의 복사열을 최소화하였으며, 바깥모습도 유선형으로 하여 바람에 의한 내부의 공기유동현상을 최소하였다.

또한 돌과 흙을 주로 쓴 까닭도 흙은 열차단 성능이, 돌은 겨울철 찬바람의 냉기를 잘 보존하는 속성을 지닌 재료이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구조와 재료의 독특한 사용은 석빙고 안쪽의 온도를 거의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 되고 있으며, 그 위치도 겨울철의 찬바람을 받아 돌을 차갑게 하기 좋은 곳을 골라서 그 안에 넣어 두는 얼음과 함께 냉기가 무더운 여름철까지 보존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 까닭에 지금도 얼음을 넣고 왕겨 등을 두껍게 쌓아 놓으면 내부온도의 변화가 거의 없어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와 돌·흙·바람·지세 등의 물성과 과학원리에 밝아서 이를 생활에 응용하였던 우리겨레의 과학슬기는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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