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오]우리반 영원한 급훈 '하나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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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오]우리반 영원한 급훈 '하나되기'

[교육단상]이광오 아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08-10-28 00:00
  • 신문게재 2008-10-29 20면
  • 이광오 아산중학교 교사이광오 아산중학교 교사
▲ 이광오 아산중학교 교사
▲ 이광오 아산중학교 교사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계절의 변화가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봄과 함께 찾아온 새학년 새학기가 어느덧 마무리를 향하여 날개짓을 할 때, 또 다른 아쉬움의 그림자에 가리어 이 가을의 찬바람이 온 피부에 속삭이며 더욱 쓸쓸해진다. 그 아쉬움이란 다른 무엇도 아닌 이제 곧 헤어질 우리반 녀석들과의 섭섭한 이별이다.

처음 교단에 설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3월1일이면 다음날 만나게 될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처음만난 아이들에게 엄포를 늘어놓고 똑바로 학교 생활에 임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게 될 것이라는 식의 식상한 말로 새학기 첫 날을 시작한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3가지의 주문 즉, 협동심과 배려 그리고 마지막 학력신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1년치의 활동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하여 함께 나아간다. 7년간의 교직에서 이 세 가지를 다 이루어 낸 적은 단 1차례가 전부였기에, 그 목표의 성취가 얼마나 버거운가를 매년 느끼는 바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담임을 맡은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 교실에 들어가는 걸로 시작해서 명렬표 옆에 아이들의 생일을 적어본다. 그것을 바탕으로 매달 마지막 날에 아침 출근 전 제과점에 들려 케이크을 사가지고 학교로 향하고 아침 조회 시간에 그 달의 생일자 파티를 열어주고, 함께 노래를 불러준다.

시험 기간 전 2주전부터 쉬는 시간을 통제하며 교실에 들어가 앉아 화장실도 잘 가지 못하게 하는 비정함으로 공부를 시키고, 밤이면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문자를 보내어 확인을 하여 답문자가 오면 공부를 한 것으로 안 오면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여 그 다음날 거기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이렇게 고생을 한 우리반 아이들이 안쓰럽고 또 한편으로는 담임 말을 너무나 잘 따라주어 고맙고 황송하기 그지없다.

시험이 끝나는 날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학교 한 구석에서 삼겹살 파티를 연다. 시험에 지친 아이들이 그 날 만큼이라도 웃으며 같이 고기를 싸주고 싸먹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삼겹살 파티가 끝나면 인근의 극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영화 상영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극장 인근의 PC방을 우리 반이 모두 접수하여 잠시 딴 나라로 향한다. 이러한 일정과 행사가 몇 차례 반복되면 벌써 한 학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의 목표 중 단 하나도 성취가 안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 눈에 나타나는 성과와 효과는 없을지라도 불평 없이 희생하며 계산 없이 나누어 주고 신음 없이 고통을 감수하는 자세로 “하나라는 아름다운 느낌”이라는 급훈을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기대하며 기다리면서 계속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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