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 밥 먹기도 힘든 시절 슬레이트 지붕 아래 판자 하나 깔고 살면서도 가야금 만드는 손을 놓지 않았던 그는 “내 손으로 만든 가야금에서 형형할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데 매료돼 현악기 만들기를 그만둘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거문고, 아쟁, 해금, 양금, 철 가야금 등 줄이 있는 현악기는 모두 만들며 지금은 연주되지 않는 와공후, 소공후 등도 재현해 놓았다.
지난 9월 대전선사박물관에서 개최한 현악기 특별전에서는 ‘공민왕금’으로 알려진 수덕사 성보박물관 소장 만공스님의 거문고도 재현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현악기는 다른 국악기들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표 씨는 보문산 자락에 있는 명인국악기제작소(대전시 중구 문화동)라는 작업실에서 밤나무를 잘라 말리는 것부터 제작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한다.
밑판은 밤나무로 만드는데 해와 달 모양의 구멍을 뚫어 소리가 잘 울리도록 하고 위판과 밑판 사이에 졸대를 대고 아교풀로 붙인 후 모양내기를 위해 가야금의 머리 부분에 용두장식을 한다.
몸판을 완성시킨 후 안족을 만들고 여러 줄의 명주실을 꼬아 만든 현을 걸면 가야금이 탄생하는데 표 씨는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 못지않게 세상 하나밖에 없는 가야금에서 최고의 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십 년을 사용해도 소리와 모양이 변치 않는다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웃는다.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과 국악기 수요가 점차 늘고 있어 전처럼 끼니 걱정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악기를 만드는데 매진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앉아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무릎과 어깨에 부담이 와 걱정”이라는 표 씨는 “국악기의 맥을 잊기 위해 제자를 키우고 더 많은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연아 시민기자.영상 금상진 기자
※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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