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산 ‘가새바위’의 슬픈 전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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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가새바위’의 슬픈 전설을 아시나요?

  • 승인 2008-10-27 00:00
  • 신문게재 2008-10-28 25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대전시 서구 도마동 도솔다목적체육관 뒤 높이 207m의 도솔산 정상을 지나 내원사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특이한 이름의 ‘가새바위’를 만날 수 있다.

‘가새’는 충청지역에서 쓰던 ‘가위’의 방언으로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심심찮게 듣던 말이다.

추락 위험으로 가새바위 입구를 밧줄로 묶어놔 들어가기 어렵지만 바위 밑에서 올려다보면 ‘V’자로 벌어진 가위 모양으로 인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도솔산 정상에서 가새바위 쪽을 바라보면 숲 사이로 우뚝 솟은 바위 모양이 영화 ‘가위손’에서 조니 뎁이 들고 있던 긴 가위를 생각나게 한다.

바위 앞에 의자가 마련돼 있어 도솔산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한 가새바위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온다.

비극적인 전설로 서사문학적 성격이 강한 가새바위의 전설은 이렇다.

“옛날에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마음씨가 고운 딸 하나가 함께 화목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으로 죽게 되고, 아버지는 새 엄마를 맞이했다. 새 엄마는 어린 딸을 데려왔는데 새 엄마가 들어온 이후부터 큰 딸은 학대와 멸시를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
▲아버지와 딸의 슬픈 사연을 간직한 도솔산 가새바위. 사진제공 : 이희자 숲해설사(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아버지와 딸의 슬픈 사연을 간직한 도솔산 가새바위. 사진제공 : 이희자 숲해설사(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마저 중환으로 드러눕게 되고 아버지의 병환이 낫지 않자 큰 딸은 산에 올라가 산신령께 기도를 드렸다. 산신령은 큰 딸의 효성을 지극히 여겨 아버지의 병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대나무죽순이라고 알려 주었다. 겨울이었지만 며칠 동안 산속을 헤매다가 간신히 죽순을 발견한 큰 딸은 너무 기뻐 빨리 가서 아버지께 죽순을 갖다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산을 내려 왔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계모와 그 딸은 가위를 들고 큰 딸이 돌아오는 길목에서 큰 딸을 찔러 죽이고 죽순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는 모녀는 자기들이 구해왔다고 하고 큰 딸은 친척집에 놀러 갔다고 속이고 죽순을 달여 아버지께 드렸다. 그러자 아버지가 완쾌되어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나중에야 큰 딸이 죽은 것을 안 아버지는 큰 딸이 묻힌 곳으로 달려가 보니 그곳에는 큰 딸의 원한이 맺힌 까닭인지 가위모양의 바위가 솟아나 있었다. 아버지는 이 바위에 엎드려 죽은 딸을 부르며 대성통곡하다가 집에 돌아와 사악한 계모와 딸을 내쫒아 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안내판에서 적힌 내용이고 서구문화원에서 만든 ‘서구의 마을유래’에는 산신령이 호랑이에게 소녀를 따라다니며 보호하라고 명해 호랑이가 소녀를 지키다가 골목에 다다르자 안심하고 산속으로 돌아갔는데 집 앞에서 기다리던 계모 모녀가 소녀를 해쳤다는 것이다.

숲 해설가 이희자 씨는 “도솔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가위의 두 날이 우뚝 선 모습의 가새바위는 도솔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오며가며 들르는 명소”라며 “숲 가운데 외로이 솟은 가새바위를 보며 아버지를 향한 딸의 아름다운 효심과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마음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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