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머리’를 올리려 대전의 한 골프장을 찾았던 회사원 이모(38)씨는 라운딩 중에 잠깐 그늘집에 들렀다가 혀를 내둘렀다.
3500원에 시켜먹던 자장면 가격이 한 그릇 당 7000원. 평소 비용의 두 배를 내야했다.
‘첫 출정’을 한 여성 골퍼 홍모(42)씨도 그늘집에서 평소 즐겨먹던 특정 병커피 4개를 집어든 뒤 가격을 물었다. 병당 6000원이라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 동반자들의 지켜봐 어쩔 수 없이 들고 나왔다.
홍씨는 “1000원 짜리 자판기 커피를 먹느니 차라리 병커피를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기분만 망쳤다”며 “바가지 썼다는 기분에 많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말 골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역 골프장들이 분식을 비롯해 음료 등 완제품을 시중가 보다 너무 비싸게 판매해 골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골프장마다 분식과 음료수 가격이 차이가 났지만 대부분이 시중가 보다 두 배 이상을 받는 사실에 골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 A 골프장 그늘집에서는 시중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자장밥을 1만1000원, 자판기 커피는 1000원, 병커피를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더구나 S 병커피의 시중 판매가격이 2900원(편의점)임을 감안하면 골퍼들 사이에서 폭리를 챙기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괜한 것은 아니다.
B 골프장 그늘집에선 자장면이나 잔치국수, 우동을 각각 7000원에 팔고 있다. S 병커피는 5000원, 캔커피는 4000원에 판매했다.
C 골프장 그늘집에서는 자장면을 4500원에 판매하는 등 그나마 다른 골프장 보다 싸게 팔고 있었지만 캔 사이다 등 일부 완제품 음료 가격이 시중 보다 두 배 가량 더 비쌌다.
호텔처럼 봉사료(10%)가 별도로 붙는 것도 아닌데 비싼 이유에 대해 골프장 측은 예전부터 시중가격 보다 비싸게 받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대고 있다.
한 주말 골퍼는 “골프가 대중스포츠가 돼가는 만큼 음식값도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전북과 경북의 일부 골프장에서는 일부 음식값을 일반음식점 가격에 맞춰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골퍼는 라운딩을 하다 보면 많게는 2차례 이상 식사를 해야하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도시락 등 먹거리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골프장 한 관계자는 “골프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시중가격을 그대로 반영하기가 어렵다”며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양수 기자coolj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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