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일본어 통역한 그녀의 가방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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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일본어 통역한 그녀의 가방 속에는…

30년 경력 대전시 1호 명예관광통역원 김영희씨

  • 승인 2008-10-26 00:00
  • 신문게재 2008-10-27 23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30년 간 받은 일본인 명함만도 한 자루가 넘습니다.”

대전시 제1호 명예 관광통역안내원 김영희 씨(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우리 나이로 일흔 한 살인 김 씨가 통역을 시작한 건 32년 전으로 라디오 교육방송과 교재로 독학했다.

▲대전시 제1호 명예 관광통역안내원 김영희 씨.
▲대전시 제1호 명예 관광통역안내원 김영희 씨.
“지금처럼 어학공부하기 좋은 시절이 아니어서 혼자 공부하고 혼자 연습했죠. 아침에 동네 어르신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하면서 속으로 ‘오하요 고자이마스’라고 중얼거리며 공부했어요.”

30여년 일본어 통역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녀지만 아직도 가방에 1994년판 일본어강좌 교재와 사전을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읽고 쓰기를 반복한다.

중국어 실력도 수준급인 김 씨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외국인을 자신의 9인승 승합차에 태우고 대전뿐 아니라 부여, 공주, 경주 등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고 있다.

“통역을 해주며 만난 짧은 인연이지만 내가 보여주는 모습이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그녀는 “오랜 시간 많은 외국인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얼굴 표정만 봐도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정도”라며 웃는다.

▲김영희씨가 한밭교육박물관을 찾은 대학생들에게 전시물 소개를 하고 있다.
▲김영희씨가 한밭교육박물관을 찾은 대학생들에게 전시물 소개를 하고 있다.
93대전엑스포를 비롯해 안면도꽃박람회, 2002한일월드컵, 2006금산인삼엑스포 등 우리 지역 굵직한 국제행사에서 통역을 맡은 그녀는 지금도 대전국제교류센터와 한밭교육박물관, 대전선사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아침 10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대전을 찾은 외국인에게 박물관과 온천, 재래시장 등을 안내하고 그녀가 받는 돈은 고작 1만원으로 점심식사 후 차 한잔 마시면 없어지는 액수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배운 외국어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기쁨이 돈보다 훨씬 크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녀는 일본어 강습은 물론 대학 강좌까지 나가는 열혈 할머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50년을 한결같이 쳐온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 한 곡 부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풍부한 감성을 지닌 그녀는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할머니를 찾아 바다 건너에서 와 주는 외국 손님들을 위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통역안내를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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