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서 20여 년 이상 종사하고 있지만 최근 친구들은 물론이고 친인척조차 만나기가 두렵다고 하소연한다.
B씨는 원금 손실로 줄 잇는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섣불리 투자권유를 못하고 있다.
최근 같은 경제상황은 지난 IMF 위기 후 처음이며 또다시 그 시절 같은 현실이 올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국내외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3일 지역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기관 고연봉 구조에 대한 언급 이후 금융권에는 연봉삭감과 구조조정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업계는 지난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은행장들은 임원급여삭감,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금리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자구 일환으로 임원의 급여를 10% 삭감하기로 했고, 농협도 임원 및 간부직원 급여를 10% 낮추기로 했다.
이 밖에 기업은행, 하나금융지주, 국민은행 등도 임원 급여를 낮추거나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시키로 했다.
금융업계는 이 처럼 임금삭감이나 원가절감 노력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종사자들의 걱정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이다.
지난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 모두 33개 은행 가운데 9개 은행이 정리되면서 은행권 종사자들 상당수가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실제, 대전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경영사정 악화로 부산저축은행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임직원들이 책상 지키기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인수를 당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인력 감축은 피해갈 수 없다는 시각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불안한 금융시장을 보여주듯이 지난 22일 충남 공주의 한 야산에서 서울 모 증권사 지점장이 숨져 있는 것을 수색중이던 경찰에 발견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시 예전의 IMF 악몽이 재현될까 봐 걱정이다”며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정부가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대안을 내놓고 있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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