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구]묻지마 범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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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묻지마 범죄에 대한 단상

[금요논단]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08-10-23 00:00
  • 신문게재 2008-10-24 20면
  • 김병구 변호사김병구 변호사
▲ 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 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옛 속담이 있다. 이는 모든 것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기실 자연현상이든 사회현상이든 인과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식이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과학의 근거이다. 근대 이후 사회의 특징도 위와같은 과학적 태도가 상식의 차원으로 격상된 데에 근거한다. 합리적 사고가 바람직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합리적 사고도 결국에는 위와같은 과학적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한 후 처방을 내리듯이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치유하는 것도 그 현상의 원인을 분석한 후 대책을 세우게 된다. 그 전제가 되는 것이 각종 사회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여 일정한 법칙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회과학적 탐구이다.

마찬가지로 범죄에 대처하여 범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범죄사회학, 범죄심리학 등의 연구 결과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실무상으로도 필자가 형사절차에서 범죄자를 변론해 보면 범죄에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이유와 원인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피해자에 대한 원한이 있거나 경제적 이득을 기도하거나 아니면 필요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과실이 있거나 등등의 이유가 있다. 물론 이러한 이유들이 철학적으로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나 어쨌든 현상적으로나마 설명이 되어진다는 차원에서 범죄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가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소위 묻지마식 범죄가 우리 사회에도 등장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범죄자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범죄행위를 범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것인지 곤혹스럽다.

며칠 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는 그 고시원에 세들어 살던 사람이 자기가 기거하던 방을 방화하고 흉측한 칼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많은 사상자를 발생케 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의 대부분이 재중동포들이라고 한다. 고국에 돈벌러 왔다가 비명횡사한 것이다. 그들이 범죄자와 무슨 원한이 있을 것이며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여 범죄자에게 무슨 경제적 이득이 있을 것인가.묻지마 범죄의 전형적인 경우이다.

고시원은 고시생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소위 고시촌에 한정된 사실이고 고시촌 외에 있는 고시원 같은 경우에는 방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주거공간으로 많이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한푼이라도 아껴서 저축하고자 했던 재중동포들이 주로 기거하는 곳이었다고 하니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더군다나 이와같은 묻지마식 범죄는 누구라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사회에 던지는 충격과 불안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이러한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여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번 사건에서 범죄자는 현장에서 검거되어 경찰에 호송된 후 경찰에서 ‘향토예비군법위반으로 부과받은 벌금 150만원이나 고시원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내지 못해 속상해 살기 싫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정신병력도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어 이 같은 끔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범죄의 원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처지에 있다고 하여 모두 그런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므로 개인의 정신적, 도덕적 측면 등에서의 설명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행의 동기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깊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국부는 축적되고 사회는 점점 풍요로워 지는데 생활이 공포로 다가올 정도로 궁핍한 사회구성원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롭고 여유있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서로 아껴 주는 사회는 정말 이상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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