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 사항〕
①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쓰지 말 것.
② 전체 분량은 1400(±140)자 내외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가)
교사들에 대해 저항하는 것과 ‘범생이’들로부터 자기들을 분리시키는 것은 ‘사나이’들의 행동에서 보이는 전체적 분위기를 통해서도 표출된다. 특히 세 가지 상품, 즉 옷, 담배, 그리고 술에서드러난다.
교사에 대한 저항과 ‘범생이’들에 대한 우월감을 스스로 확인케 해주는 요소 중 가장 눈에 띄고 개성화되면 뚜렷이 인지되는 것으로서의 옷은 ‘사나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한 아이가 ‘사나이’로 ‘빠져나왔음’을 나타내는 첫 번째 신호는 옷과 머리모양에서의 급작스런 변화이다. 이 때 의복의 특별한 유형은 외부의 영향, 특히 청년 문화의 광범위한 상징체계 내의 패션 경향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의 옷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그것은 절대로 교복은 아니며, 넥타이(교복을 강요할 수 없을 때 많은 교장 선생님들이 차선책으로 채택하는 것)를 매는 일도 거의 없다. 그들은 제도의 단조로움과 ‘범생이’들로부터 자기들을 구별시키기 위해 색깔을 최대한 이용하려 치밀한 계산을 한다. 그것은 또한 문화 간의 싸움의 일반적인 형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결국 그것은 하나의 제도로서의 학교의 정당성에 관한 질문으로 귀결될 수 있다.
옷입는 것이 교사와 학생간의 분쟁의 두드러진 원인이라면, 담배 피우는 것은 바로 그 다음이다. 이것 역시 ‘범생이’들로부터 ‘사나이’들이 구별되는 또 하나의 기준인 것이다. 그들 흡연의 진수는 ‘교문에서 담배 피우기’라고 할 수 있다. ‘사나이’들은 다음의 흡연계획을 짜고 ‘한 모금 빨기 위해’ 수업을 ‘땡땡이치는 것’에 대해 궁리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대개 흡연에 대해 엄격하고 빈번하게 공표되는 규정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나이’들이 거의 명예의 문제로서 공공연히 흡연을 계속해댄다면, 중견 교사들은 자기들의 권위가 도전받았다고 여기며 격분한다. 이것은 또 하나의 엄청난 도전인 거짓말과 결부될 때 특히 그러하다. -폴 윌리스, <교육현장과 계급재생산>
(나)
매일 아침 벌어지는 교문 앞 풍경은 살벌함 그 자체다. 눈을 부릅뜬 학생부 지도교사들과 학생들 간의 한판 실랑이가 벌어진다.
학교 현장의 생활지도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학생다움’이다. 단정한 머리에 단정한 복장이대명사로 통한다. 머리에 물을 들이거나 파마를 하면 틀림없이 문제 학생 취급을 받게 된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생들의 두발지도와 용의 복장지도가 왜 필요한 것인지 학생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외모 단속 중심의 생활지도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으며 교육적 진정성을 지니는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며칠 전에도 몇 명의 교사와 생활지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교사들 주장의 초점은 용의 복장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학생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문제는 외모 지도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오히려 반발은 불러오고 냉소적 태도를 키운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내면을 살피지 않는 외모지도는 의미가 없을뿐더러 학생들의 내면을 더욱 경직시켜 결과적으로 교육적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외모 단속은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학생들의 지각이나 결석 등 규범 위반과 같은 근태지도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다. 왜냐하면 외모지도는 명분을 얻기 어렵지만 규범교육은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규범교육이 학생들의 반감을 줄이면서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외모와 개성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단속하다 보면 어떤 의미에서 학교가 문제가 없는 학생들을 문제아로 몰아가는 교육적 모순이 생길 수 있다. -한병선(교육평론가)
[학생글]호수돈여자고등학교 3학년 제성윤
▲ 호수돈여자고등학교 3학년 제성윤 |
제시문 (가)는 ‘사나이’로 대변되는 아이들이 자신들과 ‘범생이’를 구별 짓는 수단으로 복장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이 아이들을 규제하기 위해서라도 복장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발지도나 복장지도를 완화한다고 해서 이러한 아이들이 모범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억압적인 지도는 반발 심리를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더군다나, 복장지도는 우리나라의 획일화된 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의 교육은 학벌이 중요시되는 사회의 영향으로, 단순한 지식의 전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복장과 두발지도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이들을 모두 똑같이 만들겠다는 어른들의 의도가 학생들의 창의성 발휘를 억압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굳이 복장지도가 아니어도 생활지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진국의 학생들은 대부분 교복도 입지 않고 머리모양도 자유롭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불량학생인 것은 아니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이 학생답기 때문이다.
겉모습보다는 내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우선,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는 선생님이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다. 학생과 교사 간의 이해증진을 통해서 학생은 저절로 학생다움이 뭔지를 배워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강압적인 복장지도가 없이도 학생들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또한,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를 이룰 수 있다. 기존의 복장지도는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해주지 않았다. 그의 영향으로 학습 분위기도 경직되어 있었다. 개성의 존중을 통해, 학생들은 자아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다. 교사들 또한 자발적인 학습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선생님과 학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학생들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학생다워 지려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생님들의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복장이 규율에 어긋나는 학생은 문제 있는 학생으로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 개개인을 존중해 주는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학생과 선생님의 대화시간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니면, 복장지도 대신 수업태도를 바로 잡거나, 인성지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외모가 아닌 마음을 지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점차 선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출제의도와 총평]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교사 박 창 연
▲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교사 박창연 |
학생들에게 특히 복장이나 두발에 관한 문제는 자율과 타율, 권위와 복종, 구세대와 신세대의 가치관 대립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의 규칙은 학생들의 ‘학생다움’에 대한 교육인데 ‘학생다움’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본 논제를 통하여 학생들이 학교에서 늘 접하는 복장규정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나아가 학생다움이란 무엇이며 학생다움에 이르는 방법적인 부분에 대한 바람직한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위 학생의 글은 첫째 단락에서 우리나라 복장지도는 획일화된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서술하고 있고, 둘째와 셋째 단락에서는 강요된 복장지도에서 벗어난다면 오히려 교사와 학생 간에 사이가 좋아지고, 학습의 분위기도 좋아져서 진정한 교육에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넷째단락과 다섯째 단락은 학생과 교사의 바람직한 태도를 제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안정된 구조로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전개하며 쓴 글이다. 내용도 학생의 수준에서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다. 좀 아쉬운 점은 이 글에서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학생다움을 찾아가면서 자율적으로 학습의 분위기를 이룰 수 있다면 사실 규정이라는 것이 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규정이라는 최소한의 법을 정하는 현실을 고려한 심도있는 글이었다면 더 좋은 논술문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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