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인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가을 한복판인 시월에는 읍·면단위의 축제부터 시·도 단위의 축제까지 크고 작은 축제들이 대한민국을 수놓는다. 특히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다양한 주제와 규모의 축제가 선보이면서 그 수가 부쩍 늘었다. 덕분에 이제는 웬만한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자기 고장에서 열리는 축제를 다 알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많은 축제의 모습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브라질, 러시아처럼 넓지 않고, 다민족이 모여 살지도 않는 까닭 때문에 이국적인 자연 풍경이나 문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 때문인지 개막식에 이어 공연을 통해 흥을 돋우고, 전국 어디나 비슷한 모습과 메뉴의 먹거리 장터가 서고 노래자랑이 이어지는, 먹고 마시고 떠들기에 바쁜 그저 그런 모습의 잔치가 이어진다. 그 속에서 먹고 마시고 취해 즐기지만 그 잔치마당을 벗어나면 마음이 충만해지기 보다는 공허함이 더 크게 남는다. 그렇게 다양한 주제의 축제가 열리지만 마음에 감동을 주는 축제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근 공주·부여의 백제문화제, 부산 불꽃축제처럼 일부 자치단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축제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컨텐츠 개발과 대형화를 통해 세계적인 축제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그래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주민이 참여해 직접 만들고 진행하는 축제가 아닌 행정기관 주도의 축제이다 보니 주민이 구경꾼에 불과한 들러리 밖에 되지 않는 까닭에, 축제의 본질을 찾기 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잔치마당에만 관심을 갖는 까닭에 흥겨운 잔치 끝에 허전함과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지 모르겠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축제란 ‘축하하여 크게 벌이는 잔치’ 또는 ‘축하와 제사’를 뜻한다. 곧 축제의 본질은 ‘감사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시월에는 감사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시원하게 푸르러진 하늘, 황금물결 넘실거리는 들녘, 흙의 자비와 햇살의 보살핌으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며 익어가는 단풍과 밤이면 달빛을 물들이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축제인 것이다.
이런 대자연의 축제는 굳이 우리가 찾지 않아도 마음을 열고 눈과 귀를 기울이면 축제의 향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가을의 한복판에서 느껴보았을 까닭 모를 뿌듯함! 그 충만한 마음과 그리움에 불을 지피고, 상념에 젖어들게 하는 그 힘이 바로 대자연이 풀어내는 축제의 힘이리라.
문명이 빚어낸 현란한 조명과 요란한 음악소리 휩싸인 축제, 축제의 본류를 찾기 보다는 먹고 즐기는데 온 정신을 쏟는 모습에서 벗어나 보자.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 보다는 마음을 주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을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느껴보자. 그렇게 한다면 흥겹게 즐긴 축제 뒤에 오는 ‘허전함’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대자연이 펼치는 축제처럼 모두가 주인공인 ‘감사의 장’을 만들어 보자. 마음을 열면 추억을 떠올리고 그리움과 상념에 젖어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얻는 축제의 마당을...
축제의 계절 시월! 올해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너 나 할 것 없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절망하기 보다는 축제의 장에서 감사의 마음과 여유를 찾고, 희망으로 마음을 채워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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