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한남대 총장 |
모든 이는 자기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어야하고 군대갔다온 남자들은 군번도 곧잘 외우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는 어떻게 구성된 것인가? 먼저 앞의 6자리 숫자는 생년월일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1946년 5월 9일생이면 460509가 된다. 뒷 번호 7자리의 첫 숫자는 남녀를 구분한다. 남자는 1, 여자는 2이다. 2000년 이후 출생자는 남자 3, 여자 4로 시작한다. 둘째부터 다섯 번째까지의 4자리는 주민등록을 신청하는 관할관청의 지역번호이다. 여섯 번째 숫자는 대개 1 아니면 2인데 관할 동사무소에 출생 신고한 순서의 일련번호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숫자는 검증번호로 앞의 번호들이 정확한지 알아보는 바코드의 암호 같은 것이다. 이제 숫자들이 우리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북한 사람들도 숫자에 대해 민감한 데가 있다. 평양에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좌우 폭은 61.5cm인데 이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념이고, 김일성 사망 3주기(1997년)에 세워진 영생탑은 전체 높이가 92.52m인데 탑신높이 82m와 탑신에 새겨진 82송이의 진달래는 김일성이 살았던 나이(82세)를 뜻한다고 한다. 또 1982년 4월에 세운 주체사상탑은 70단에 2만 5,500개의 화강석으로 축조됐는데, 70은 당시 김일성의 나이요, 2만 5,500은 그 70년을 날수로 환산한 숫자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4를 싫어하고 9를 좋아하며, 서양인들은 7을 좋아하고 13을 싫어한다. 중국인은 6과 8을 좋아하고 14를 싫어한다. 그렇다면 3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 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 3년 가뭄엔 살아도 3달 장마엔 못 산다. / 작심3일 / 내 코가 석자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 중매 잘 하면 술 석잔, 못하면 뺨 석대 / 3천리 금수강산 / 기독교의 성부ㆍ성자ㆍ성령의 3위1체 / 동양의 天ㆍ地ㆍ人 등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3”이란 숫자는 매우 널리 쓰이고 있다.
단군신화에도 3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먼저 삼위태백(三危太白), 천부인 3개, 환웅이 끌고 온 무리 3천명과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3인을 볼 수 있다. 환웅과 같이 살기 위해 곰과 호랑이는 3×7=21일 간 금기를 지켜야 됐고, 개국년도도 기원전 2333년이었다. 놀이도 삼세판을 기본으로 했고 아무리 잘못해도 세 번까지는 참아주는 아량이 있었다.
임금님을 보필하는 3 정승(영의정ㆍ좌의정ㆍ우의정)이 있었고, 현대 정부도 삼부(입법부ㆍ행정부ㆍ사법부)로 돼있다. 여름 더위를 삼복(三伏)더위라 하고 무리지어 다니는 것도 “三三五五”라 했다. 음악에서도 풍물의 삼채장단이나 세마치가 쓰이고, 시문학에는 3 음률과 3 등분법이 쓰이며, 미술에서도 3원색과 3간색이 있다.
중국의 문화에는 삼강오륜, 삼강행실도, 삼일장, 삼배, 삼색실과 삼탕, 삼황, 삼도, 삼족, 삼계도 등이 쓰여 왔다. 고사를 지낸 후 3번 고수레를 하기도 한다. 마을 굿에서는 서말 서되 서홉의 쌀을 준비해 신성의 의미를 갖기도 했고 도망칠 때에도 삼십육계 줄행랑이라고 한다. 중ㆍ고등학교는 3개 학년으로 되어있고 컵라면을 먹을 때도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렸다 먹으라고 한다.
소화제나 감기약 같은 가루약들은 흔히 식사 후 30분에 복용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하루 세끼 식사를 한다. 인간은 원래 하루 두 끼만 먹고 살았는데 중국과 우리나라는 14세기부터 점심식사가 생겼고, 유럽은 16세기, 일본은 20세기에 와서부터 점심을 먹어 하루 세끼로 정착되었다 한다.
성경(계12:16-18)엔 666을 악마의 숫자로 표현한다. 유대인들은 7과 12를 좋아하는데, 7은 하나님의 숫자요, 12는 완전을 뜻하는 숫자이다. 그런데 6은 7에서 1이 부족한 숫자요, 완전수 12를 반으로 나눌 때 나온 숫자이다. 알파벳을 숫자로 환산한 Gematria로 풀이해보면 로마황제와 “computer” 또는 “Bill Gates”가 666으로 환산된다고 하니 이 또한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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