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 대전괴정고등학교 교사 |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단어와 그 ‘실태조사’는 끝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그 대책 또한 만만치 않다. 사교육비가 무서워 조기유학의 붐을 타고 ‘기러기 아빠’가 생기고, 이제 경제가 어려워지니 달러 대기가 힘들어 학업을 포기하니 어쩌니 세상이 야단이다.
유가가 상식을 넘은지 오래고, 기업들이 원자재 값 상승에 허덕이며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모든 것을 아끼고 긴축한다. 그러나 유독 최후까지 놓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교육비인 듯하다. 우리는 대대로 자식에게만은 아끼지 않았다.
며칠 전.
미술 선생님께서 먹을 것을 잔득 안고 교실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일상적 일과는 오후 6시가 되면 방과후학교가 끝나고 저녁을 먹은 뒤 7시에 자율학습이 시작된다. 2학기 들어 ‘사교육비 Zero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방과후학교가 끝나도 아이들은 각기 동아리 형태의 수업반으로 나눠져 공부를 한다.
일반 교과를 중심으로 한 강좌와 함께 음악, 미술, 체육, 논술, 면접대비 등 다양한 형태의 동아리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늦은 밤까지 열심이다.
저녁을 먹었어도 돌아서면 배고플 왕성한 식욕의 아이들이다. 밤늦게 공부하니 아이들 배고플까 걱정되어 이것저것 먹을 것 준비해서 교실로 올라가시는 선생님. 무심코 마주친 모습이 생각할수록 아름답다.
누구나 성적을 올리고자하는 데는 아무 이론이 없다. 마구 돈을 쏟는다고 마냥 성적이 올라가는 것인지는 자못 궁금하다. ‘굳이 늦은 밤 먼 길 찾아 가지 않아도 할 수만 있다면’하는 아쉬움은 끝이 없다.
길은 다양하리라 생각한다. 교육방송도 있고 수많은 인터넷 강의도 있고 또 마음만 먹으면 학습의 장은 수없이 많다. 학습기기 또한 다양해져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시공을 초월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학습효과도 애정이 없으면 반감하는 법, 지금 우리 아이들에겐 진정한 사랑과 애정이 필요하다. 듣고 말하고 질문하고 답하고 또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사이의 온정이 훨씬 절실하다.
‘사교육비 Zero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율학습시간에 이루어지는 여러 형태의 학습, 아이들 배고플까 간식이라도 챙기고 싶어 하시는 선생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열강하시는 선생님과 또 아이들, 비싼 수강료와 시간 때문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예체능 프로그램의 운영, 이런 일련의 모습을 보면서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학교가 끝난, 늦은 시간에 다시 학원으로 향해야 하는 많은 아이들이 이젠 집으로 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편안하다.
오늘도 아이들은 밤낮 할 것 없이 책상에서 씨름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어떤 희생이든 감수하며 노력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요 학부모님들이다.
‘사교육비 Zero 프로그램’이 얼마만한 효과를 거둘지는 여러 각도의 검증이 있은 후에나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이 더 다양하게 운영되어,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고 또 밤길로 학습의 장을 옮기며 고생하는 모습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