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열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배우 이종국 선생이 대전 연극에서 만들어 놓은 성과를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지면 낭비일지 모른다. 수 많은 수상경력을 차치하고서라도 지방연극의 열악한 환경에서 40년을 한결 같이 연극배우의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런 그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 많은 지인들이 발벗고 나섰으리라. 팜플렛에 실린 그에 대한 수 많은 헌사를 보며 선생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심이 생기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작품을 선입관 없이 보고 싶어도 이 ‘4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시야를 자꾸 가린다. 아무리 걷어내려 해도 작품 속 허노인과 배우 이종국 선생의 모습은 자꾸 오버랩이 된다. 이런 느낌이 이 작품을 더욱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장점도 있지만, 역을 소화해내는 그의 진정한 연기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은 자꾸 멀어져만 간다.
그래서 리액션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허구를 가장한 가짜가족의 연기를 차별성 있게 소화해 내는 데 미흡했던 후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우리는 쉽게 관용을 베푸는 지도 모른다.
기념공연의 성격만 아니었다면 연출의 작품 해석 범위도 좀 더 넓게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선생에 대한 나의 관심과 애정은 그의 연극 인생 40년이 아니라, 그가 아직도 자신의 배역을 누구보다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는 현역배우라는 것에 향해 있다.
나이가 들어 원로가 아니라, 원숙해서 원로이고, 원로라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그 원숙한 연기 때문에 존경받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그일 수 있다는 믿음을 나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의 또 다른 신작을 구경하러 여기저기 극장을 기웃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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