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순례] ⑥무형문화재 16호 초고장 양중규선생

[대전순례] ⑥무형문화재 16호 초고장 양중규선생

  • 승인 2008-10-20 00:00
  • 신문게재 2008-10-21 7면
  • 박선영 시민기자.영상=금상진 기자박선영 시민기자.영상=금상진 기자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을 받아 ‘시민기자와 함께 하는 대전순례’를 연재합니다. 주민 10여명이 20시간에 걸친 시민기자 양성 교육을 받고 국가지정문화재와 대전시지정 유무형 문화재를 직접 취재, 지면에 소개하며 본보 인터넷 방송국(JDTV) 취재팀이 동행해 영상취재한 자료들은 홈페이지에서(www.joongdo.co.kr)에서 동영상 서비스됩니다. 대전순례는 사회과 탐구로 ‘대전의 생활’을 공부하는 대전시내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교구로 활용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전국 첫 초고장(草藁匠) 기능보유자 양중규 선생. 그의 손이 닿으면 들녘 볏짚이나 길가 풀 한 포기도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거듭 태어난다.

2007년 3월 대전시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된 양 씨는 전통적으로 전수된 기본기법 외에도 자신만의 창의력을 발휘해 다채로운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현대공예의 영역에서도 손색없는 창의성 높은 공예품을 창안하는 장인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 여섯인 그가 짚으로 물건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60여 년 전.

“벼이삭을 털고 난 후 줄기를 말려 만든 짚으로 사랑방에 모여 앉아 짚신과 멍석 등을 삼으며 세상사는 이야기와 솜씨자랑을 했다”고 회고한 양 씨는 짚공예에 남다른 매력을 느껴 플라스틱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후에도 볏짚과 풀을 이용해 현대적 감각을 살린 예술품들을 만들어오고 있다.

초고공예는 볏짚이나 풀을 소재로 각종 생활용기를 제작하는 전통기술의 하나로 오랜 농경생활과 맥락을 함께하며 우리 민족 내부의 진솔한 삶의 주기와 맞물린 자연 발생적인 양식의 고유성이 짙게 배어 있다.

대전시 동구 낭월동 방 2칸짜리 양 씨의 집은 그동안 그가 만든 400여점의 짚공예품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수 백점의 작품들을 제대로 진열하지 못한 채 쌓아두는 게 안타깝다는 양 씨는 “매년 대전시청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긴 하지만 별도의 전시실이나 개인 박물관을 갖고 손끝에 힘이 남아 있는 순간까지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 우리 전통문양을 넣어 멋을 낸 태극문양 방석
▲ 우리 전통문양을 넣어 멋을 낸 태극문양 방석
우리나라 첫 초고장(草藁匠)으로서 손맥이 끊기면 전통 또한 끊긴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서울, 무주, 금산, 논산 등지에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는 그는 “과거에는 짚공예품의 쓰임새가 다양했지만 급격한 산업발달로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아름다운 우리 전통의 맥이 끊어질까 가장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호기심에 배우려 왔다가도 2~3일만 볏짚을 만지면 손끝이 갈라지고 터져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자신이 쓸 볏짚을 매년 추수 후 잘 말려 가져다주는 친척 덕분에 현재까지는 작업에 어려움이 없지만 “짚이 우리 손에서 멀어지듯 짚공예도 손맥이 끊어지지 않겠느냐”는 양 씨는 초고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든 찾아오라며 앙상한 손으로 다시 볏짚을 집어 든다. /박선영 시민기자/영상 금상진 기자

※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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