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재영 충남대 사회대학장 |
1995년 한국의 CNN을 꿈꾸며 보도전문채널로 태어난 YTN은 한동안 경영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위상을 갖게 되었다. YTN은 지난해 한국언론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공정성 부문 1위에 올랐고, 또 올해 6월 시사IN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KBS, MBC에 이어 가장 신뢰하는 매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YTN이 불과 10여 년 만에 이처럼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매체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큰 기여를 했지만 공정한 보도를 담보할 수 있는 공적인 소유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재 YTN은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KT&G와 우리은행 등 공적 성격의 기업들이 전체 주식의 58%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YTN의 공적인 소유구조로 인해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상존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번 사장 선임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적 성격의 기업들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조종될 수 있고, 정부는 그러한 기업들이 다량의 주식을 소유한 언론사의 인사나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보도전문채널은 그 어떤 언론사보다도 정치적 중립성에 기반한 시청자의 신뢰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현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인사가 사장으로 취임한다면, 그동안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YTN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 것이 뻔하다. 이러한 절박한 인식에서 YTN 구성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특보출신 사장 반대투쟁을 장기간 이끌어왔고, 여기에 대해 사측은 노조원 중징계로 대응한 것이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하고, 70-80년대에 유신정권과 군부독재를 경험했던 필자는 살벌했던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 불현듯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종신대통령을 꿈꾸었던 박정희는 광고탄압을 수단으로 유신정권에 도전했던 수백 명의 언론인들을 언론사에서 내쫓았고, 군부정권을 재수립한 전두환은 언론사 통폐합 과정을 통해 1천명 가까운 언론인을 실업자로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YTN의 노조원 중징계 조치는 70-80년대의 언론인 강제 해직과 규모나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을 정권의 의도대로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간 언론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나 제도는 이제 굳건하게 확립되었다고 믿고 살았던 것이 마치 꿈인 양 느껴지는 일들이 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속출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고도 모자라 그 제작진들이 검찰의 수사까지 받게 되었고, 또 임기가 보장된 국가기간방송사의 사장을 교체하기 위해 감사원과 검찰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정부가 국정지표로 내세우는 선진 일류국가는 단순히 경제적인 성장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언론의 자유나 독립성이 위협받지 않는 사회라야 국제적으로 일류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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