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홍규 변호사(전 대전시 정무부시장) |
우리나라는 인터넷 사용자 수가 전체인구의 60%를 넘는 3,000만 명에 달하고 있어, 인터넷 세계최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인터넷은 전화나 텔레비전에 비교할 만한 보편적인 생활수단으로 보급되었다. 이것과 함께 인터넷이용자의 익명성 보장으로 인해 그 전파력, 파급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온라인상으로 폭넓은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서로 관심사를 논하고 친목을 다지는 면에서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그 익명성의 보장으로 인해 사회 각 방면에서 시민들의 참여도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각종 정치 뉴스에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을 통해 곧바로 민심 동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도 인터넷 댓글에 촉각을 세운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 익명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아무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가 있기에, 그것이 악용되면 무서운 흉기가 되어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인 홍보를 위해,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헐뜯기 위해 무더기 댓글 달기를 대행해 주는 ‘댓글 알바’까지 존재하고 있다는데, 이러한 ‘댓글 알바’는 올바른 여론과 정보를 자연스레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인터넷 문화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국민배우로 지칭되던 최진실씨가 자살하였고, 그 원인이 인터넷을 통한 악의적인 유언비어 내지 악플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정치권에서 ‘사이버모욕죄’, 이른바 ‘최진실법’ 신설 여부에 대한 공방이 일고 있다. 이미 전에도 유명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심심찮게 사비버테러를 당하여 고통을 호소하던 터에 최진실씨의 자살은 위 공방에 불을 지핀 것이다.
우리헌법은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나 명예를 침해해서는 안되는 내재적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고, 형법은 모욕죄, 명예훼손죄를 두고 있으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죄보다 엄히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형사처벌 외에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하여야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인터넷상 비방, 욕설, 악플 등에 대하여 위 법률들로 충분히 탄력적으로 처벌하고 규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최진실씨 자살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촛불집회 이후 일고 있는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공격한다.
다른 일부 정치권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비방 내지 욕설은 그 강력한 전파력, 파급력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규정을 두어 처벌을 강화하고 게재된 글을 삭제하는 등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주장이든 일리는 있다. 그런데 피해당사자는 마음이 급하다. 게재된 글을 쉽게 삭제하도록 할 수도 없고, 민ㆍ형사상 절차를 취하는 것도 역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그리 쉽지도 않다. 유연비어는 날개를 달고 있고 욕설은 끝없이 난무하는데 피해를 당하고도 속수무책이다. 그러다가 자살도 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회현상이 아니겠는가?
이제 정치권은 인터넷 세계최강국으로서의 위상에 맞게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고, 인터넷이용자들은 물론 관리자들도 아름답고 바람직한 인터넷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모두 참여하여야 한다. 자신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을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댓글에 양심을 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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