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주 신약연구단 박사 |
‘우주의 비대칭’을 규명한 과학자 3명이 동시에 노벨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그 중 두 사람이 이웃 일본인 학자라는 점이 부럽기도 하다.
우주의 비대칭 현상은 우주 초기에 같은 양으로 생겨난 물질과 반물질이 미묘한 비대칭을 이루어 우주에 물질이 남게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만나면 질량은 모두 사라지고 순수한 에너지로 바뀐다. 그러므로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으로 생긴 우주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주에는 수많은 별과 지구가 존재한다. 그 이유는 바로 물질과 반물질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 않는 비대칭현상 때문이다.
화학분야에서도 비대칭현상은 매우 중요하여 이 분야의 연구성과에 노벨화학상이 두 번이나 수여되었다.
1901년에 독일의 반트호프는 유기화합물의 비대칭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여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 후 100 년이 지난 2001년에도 미국인인 월리엄 S. 놀즈와 배리 K. 샤프리스, 일본인인 노요리 료지 등 3인이 효율적인 비대칭 촉매를 개발한 공로로 또 다시 노벨상의 영광을 안았다.
비대칭 화합물은 거울상 대칭성을 갖고 있어서 거울상 이성질체, 또는 알기 쉽게 왼손ㆍ오른손 분자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비대칭화학이 왜 노벨상을 두 번 씩이나 안길 정도로 중요한 것일까? 사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 분자들은 거의 모두 비대칭 화합물이다. 우리 몸의 근육과 골격, 효소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성분인 아미노산은 모두 L-타입(아미노산은 L-타입과 D-타입이 있음)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D-타입의 아미노산은 일부 세균의 세포벽 등에서만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지구의 생명체 거의 모두가 L-아미노산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므로 만약에 지구인이 D-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만 존재하는 다른 별에 불시착한다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L-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우리 생체의 효소들이 D-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생명체를 소화흡수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은 그냥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신약개발 등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된다. 실험실에서 신약 후보 화합물을 합성할 때 특별히 비대칭 촉매를 사용하지 않으면 왼손분자 대 오른손분자가 1:1로 섞인 화합물이 생성된다. 두 분자는 생체 내에서 그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나거나 전혀 다른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또한 두 화합물은 물리적 성질이 같아서 분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효율 좋은 비대칭촉매를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동시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실 단백질 외에도 우리 몸을 이루는 DNA와 당체, 그 밖에 대부분의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분자들은 비대칭화합물로 이루어져있다. 만약에 DNA의 나선구조가 오른쪽 방향으로 꼬인 것만이 아닌 왼쪽 방향의 DNA로 된 종이 섞여 있다면, 칡덩굴과 등나무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꼬여 갈등(葛藤)이 생기듯이, 그야말로 종교분쟁보다도 훨씬 복잡하고 근원적인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단백질도 L-아미노산만이 선택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일부라도 D-아미노산이 섞여 있다면 훨씬 더 복잡한 생명 시스템이 되어버릴 것이다.
왼손, 오른손 분자 중 한 쪽 만을 사용하는 것이 덜 복잡하여 생명체를 구성하는데 더 효율적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지구에 분자가 탄생할 때 어떤 연유로 L-아미노산만이 만들어졌는지, 혹은 선택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한 이론이 없다. 이를 규명하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노벨상이 주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부분 비대칭 분자들로 만들어진 우리가 비대칭분자의 세계에서 먹고 마시며 행복해 하거나 투덜거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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